"훈련 통제요? 욕만 먹지요"…사이렌 울려도 대피 않는 시민들

입력 2017-08-23 18:58   수정 2017-08-2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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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관 대피 지시에 욕설도
홍대입구·도로는 평소 모습



[ 박상용/구은서 기자 ] 2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입구. 북한 전투기가 출현한 상황을 가정한 공습 경보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노란 점퍼의 훈련 통제관들은 연신 호루라기를 불며 “민방공 훈련 중입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세요”라고 소리쳤지만 지시에 응하는 시민은 한 명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 안보 위기가 어느 때보다 고조된 가운데 열린 민방공 훈련의 실태다. ‘공습 경보음이 울리면 모든 시민은 신속히 지하로 대피하고, 운행 중인 차량은 갓길에 정차해야 한다’는 민방공 대피 훈련 매뉴얼은 말 그대로 매뉴얼에 불과했다.

사이렌이 울린 5분 동안 주요 간선도로의 차량만 멈춰섰고, 인도 위 풍경은 평상시와 똑같았다. 같은 시간 청계천 주변에서는 산책하는 시민들은 물론 차량 이동도 통제되지 않았다. 인근 화장품, 휴대폰 가게에선 사이렌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요란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국제 사회가 한반도 안보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정작 한국은 태평성대다.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주변(사진)과 연희동 카페거리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횡단보도에는 수십 명이 신호를 기다리고, 소문난 음식점 앞에는 늦은 점심 손님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군데군데 통제관들이 있었지만 이동하는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장면은 보기 힘들었다. 사이렌이 울리는 중에도 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간간이 통제관들에게 짜증 섞인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통제관은 “간혹 훈련 통제에 거칠게 항의하는 시민들이 있어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러다가 정말 전쟁이라도 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상용/구은서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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