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조사 정치적 의도 의심"
[ 박종필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선 전인 지난 3월 무렵 ‘일감 몰아주기 사전실태 조사’를 이유로 45개 그룹, 225개 기업들로부터 12만 건 이상의 계열사 간 거래내역을 제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 검찰’이라 불리는 공정위가 막강한 권한을 무기로 기업에 무리한 자료를 요구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은 23일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김 의원은 “행정조사기본법상 정부는 법에 근거가 있을 때만 행정조사를 할 수 있는데, 공정위는 법적 근거 없이 이들 기업에 대한 전수조사를 했다”며 “공정위가 조사권을 오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공정위가 개별 기업에 요구한 기업별 거래내역 대상기간은 2012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로 5년2개월치 분량에 달한다. 그룹 계열사 간 거래내역 중 100만원 이상 모든 자료를 28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했다. 총 12만3714건의 계열사 간 거래내역을 유형별로 보면 상품용역 거래가 10만3571건, 자금차입 대여 3977건, 유가증권 매매 5524건, 부동산 매매·임대 2552건 순이었다.
다만 어느 그룹이 몇 건의 자료를 제출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김 의원은 “계열사 간 거래는 모두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공개를 꺼리고 있다”며 “공정위가 제출받은 내역 중 현재까지 드러난 불법 거래는 단 한 건도 밝혀진 것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공정위는 이번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기업 측 동의를 얻어 자발적인 자료 협조가 이뤄졌다는 법적 근거를 남기기 위해 그룹 총수(오너)의 결재를 반드시 받으라는 독촉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정재찬 위원장 체제에서 신영선 부위원장이 진두지휘한 것”이라며 “국세청도 정치적 세무조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하필 공정위가 대선 전에 이 같은 조사를 한 것은 사실상 유력 차기 정권을 의식한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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