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없었다면 바흐와 브람스도 없었다

입력 2017-08-24 17:24  

김보라 기자의 알쓸커잡

(7) 커피의 각성 효과



[ 김보라 기자 ] “모닝커피가 없으면 나는 그저 말린 염소 고기에 불과하다.”

종교 음악의 아버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남긴 말입니다. 그는 ‘커피의 아버지’라고도 불립니다. 작곡할 때 늘 커피가 옆에 있었고, 1732년엔 ‘커피 칸타타’로 알려진 칸타타 BMV211을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커피를 끊지 않으면 약혼자와 결혼을 못하게 하겠다는 아버지의 최후통첩을 받은 딸이 혼인 서약서에 ‘커피 자유섭취 보장’이라는 조항을 끼워넣는다는 희극입니다.

독일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도 새벽에 눈 뜨자마자 담배와 악보, 그리고 커피 기구를 찾았다고 합니다. 생에 단 한 번도 자신의 커피를 남의 손에 맡긴 적이 없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커피는 1600년 넘게 인류와 함께해온 각성제입니다. 커피의 각성 효과가 프랑스 혁명을 이끌어냈다는 주장도 있고, 수도원 신부님들의 밤샘 기도를 도와 종교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 커피의 각성 효과를 과감하게 빼버린 ‘디카페인 커피’가 요즘 화제입니다. 스타벅스가 국내 커피전문점 최초로 전국 매장에 디카페인 커피를 내놓으면서입니다. 유럽, 미국, 일본에선 이미 대중화됐는데 국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맞추느라 조금 늦게 상륙했습니다.

사실 디카페인 커피의 역사도 꽤 오래됐습니다. 독일의 상인 루드빅 로젤리우스는 커피 시음가였던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난 원인이 ‘카페인’이라 여기고, 1906년 카페인 제거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생두를 증기로 가열한 뒤 벤젠용액을 이용해 카페인을 빼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잠 깨려고 먹는데, 카페인 없는 커피를 누가 먹느냐’, 혹은 ‘임산부가 먹는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작 디카페인 커피에 환호하는 건 커피 사랑이 지나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던 ‘커피 중독자’들이라고 합니다.

카페인에 민감하다고 디카페인 커피를 5잔 이상 물처럼 마시는 건 위험합니다. 디카페인은 카페인이 아예 제거된 게 아니라 97% 이상 제거된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디카페인 커피 5잔은 일반 커피 1잔을 마신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원두 자체에 카페인 함량이 적은 품종도 있습니다. 예멘 모카마타리, 에티오피아 시다모 계열은 일반 아라비카 원두보다도 40~50% 정도 카페인 함량이 적다는군요.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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