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복권 1인 당첨금으로 최고액인 7억5870만달러(약 8560억원)의 행운을 거머쥔 주인공은 53세 여성이었다. 숫자 선택지 복권 ‘파워볼’의 운영위원회는 어제 매사추세츠주의 한 병원 직원으로 32년째 일한 메이비스 웨인치크가 당첨됐다고 발표했다. 31세 딸과 26세 아들을 둔 그녀는 세금을 제외하고 4억8000만달러(약 5400억원)를 일시불로 받기로 했다.
파워볼 1등 당첨 확률은 2억92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이번처럼 여러 차례 금액이 누적된 경우에는 확률이 더 낮아진다. 우리나라 로또 1등 확률은 814만5060분의 1로 파워볼보다 높지만 당첨금은 그에 못 미친다. 국내 로또 1등 당첨 최고액은 2003년에 나온 407억2295만9400원이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부터 그만둔다고 한다. 웨인치크도 어제 회견장에서 “이젠 쉬고 싶다”고 했다.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거나 이혼하는 사람도 있다. 마치 동화 속의 공주나 왕자를 만날 것 같은 환상에 빠지기 때문이다. 뜻밖의 횡재가 불행으로 바뀐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2005년 로또 1등 당첨자는 도박과 유흥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빈털터리가 돼 도둑질을 일삼다 경찰에 붙잡혔다. 당첨금을 물쓰듯 하는 ‘흥청망청파’나 돈자랑하다 사기를 당하는 ‘쪽박파’도 많다. 돈을 제대로 써 본 경험이 없는 데다 재산을 관리할 방법을 모르니까 이래저래 낭패를 당한다. 돈에 대한 가치관이 확립돼 있지 않으면 아무리 큰돈을 가져도 하루아침에 노숙자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복권 당첨으로 행복한 삶을 일군 사례도 많다. 빚 갚고 집 마련한 뒤 노후 연금에 투자하며 가족 간의 정을 두텁게 다지는 ‘모범생형’도 있다. 미국에선 홀로 사는 72세 여성이 당첨금 1180만달러(약 133억원)를 성당과 소방서, 인명구조대 등 자원봉사단체에 몽땅 기부해 존경을 받았다. 4000만달러(약 450억원)를 부인이 치료받았던 암센터에 기부한 사람도 있다.
불법 체류자가 복권 당첨으로 인생을 바꾼 사례도 주목된다.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이던 팔레스타인 청년은 복권 당첨금으로 고국에 봉제공장을 세웠다. ‘지출’이 아니라 ‘투자’ 용도로 활용한 것이다. 이 공장에서 일하며 희망을 키운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이 미국에 호감을 갖게 되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게 됐다니 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쓰기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복권 당첨금. 나라면 그걸로 뭘 할까,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어떤 영화감독은 매주 복권을 한 장씩 사며 그때마다 새로운 ‘창작의 꿈’을 펼친다고 하는데….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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