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도로 위 요트, 레인지로버 벨라…“힘 좋고 조용하네”

입력 2017-08-27 09:00  

물 위 미끄러지듯 나아가
거침없는 가속력
벨라만의 특성 없어 아쉬워




‘디젤 차량인지 모를 정도로 정숙하고 승차감이 부드럽다.’

랜드로버가 새로 선보인 고급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 벨라’(사진)를 타본 느낌이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부터 인천공항 근처 한 호텔까지 68㎞ 구간을 달렸다.

시승 차종은 3.0L 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한 모델이었다. 물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요트처럼 부드러운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다. 큰 차체와 달리 가속 등 탁월한 주행 성능도 뽐냈다.

레인지로버 벨라의 첫인상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었다. 간결한 직선 위주 라인과 쿠페형 루프(지붕),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상은 탄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구리색 포인트를 준 대형 공기 흡입구와 바짝 들어올린 후면부는 스포츠카를 연상케 했다. 20인치 휠은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줬다. 매트릭스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라이트와 자동 전개식 문 손잡이 등도 돋보이는 요소다.

1969년 제작된 프로토타입(시제품)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외관 디자인은 50여 년 동안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도가 높았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조종 패널)에 장착된 10.2인치 터치스크린이 젖혀지면서 운전자를 맞이했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탑재된 터치스크린 2개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장치, 차량 설정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시트와 스피커 등 실내 곳곳에 유니언잭(영국 국기) 무늬가 들어가 있어 세심한 신경을 쓴 흔적도 묻어났다.

가속 페달을 밟자 커다란 차체가 앞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디젤 차량이지만 막 출고된 신차여서 진동과 소음은 느낄 수 없었다. 마치 고급 요트를 타는 듯한 느낌을 줬다. 실제 동승자는 “디젤 차량이 맞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고속도로에 접어들면서 가속 페달을 꾹 밟아 보니 속도계가 거침없이 올라갔다. 시속 170㎞가 넘었지만 체감 속도는 훨씬 낮았다. 시승 차량은 최고 출력 300마력 , 최대 토크 71.4㎏·m의 힘을 낸다. 제로백은(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 6.5초에 불과하다.

과속방지턱과 노면이 고르지 못한 도로를 지났지만 승차감이 떨어지지 않았다. 노면과 차체를 각각 초당 500회, 100회씩 모니터링하는 ‘어댑티드 다이나믹스’ 기능 덕분에 주행이 편안했다.

또 지상고(지면에서 차체 밑바닥까지 높이)를 최대 251㎜까지 높일 수 있는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을 갖추고 있어 오프로드 주행도 수월하다.

다만 노면 충격을 흡수할 때 출렁거림이 심했다. 고급 SUV인 만큼 달리는 재미보다 편안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코너를 돌 때는 차량이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나 불안했다.

레인지로버 벨라만의 특성이 없는 점도 아쉬웠다. 강렬한 디자인의 이보크, 고급스러운 스포츠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무난한 편이었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엔트리급인 이보크와 상급인 스포츠 사이에 위치한다. 트림별 가격은 9850만~1억4340만원이다. 국내 공식 출시일은 다음달 18일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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