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은 리더십 공백을 겪게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향후 삼성의 '비상경영' 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이 좀 더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구속수감 이후에도 경영에 일부 관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구속 직후 그룹 사령탑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미전실)을 전면 해체했다. 지난 7월에는 경기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준공식 때는 2021년까지 30조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총수 부재를 메울 비상경영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사실상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삼성의 경영은 아무런 대비책 없이 비상상황인 채로 흘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이후 각 계열사가 이사회 중심으로 가동되는 체계로 굴러왔다. 하지만 사장단 인사나 그룹 차원의 신입사원 선발 등의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채 보류돼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전문경영인 체계가 우수하다고 하지만 전문경영인의 관할권을 벗어난 총수의 역할은 분명 존재한다"며 "문제는 미전실 등 총수 기능을 대행할 시스템마저 부재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그룹들도 총수 수감 사태를 겪으면서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경영 시스템을 운영했다. 두 차례 최태원 회장의 부재를 경험한 SK 그룹은 사장단회의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비상경영을 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 부재 때 원로 경영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로 비상상황에 대처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비상경영 시스템이 마련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사장단 협의회나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모임 등이 일차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삼성전자, 삼성생명처럼 제조업이나 금융업 등 업종을 대표하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계열사들을 묶고, 그 소그룹 안에서 각종 그룹 현안을 조율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고 재계는 관측했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이런 조직이 생길 경우 '미전실의 부활 아니냐'는 시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삼성 관계자는 "1심 선고의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구성원들이 망연자실한 상태"라며 "앞으로의 비상경영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지금으로선 너무 빠른 얘기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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