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나고야=박상익 국제부 기자) 기나긴 역사 속에서 호황과 불황을 겪은 일본 프로야구가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는 1384만8988명을 동원했습니다. 퍼시픽리그도 1113만 2526명으로 2015년 기록을 넘기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각각 3만2282명(센트럴), 2만5950명(퍼시픽)이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도 2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가 예상되는 국내 인기 스포츠지만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1만1479명(8월 10일 기준)으로 퍼시픽리그에 비해 절반에 못 미칩니다. 일본인들은 왜 이렇게 프로야구를 좋아할까. 일본의 프로야구 경기장 교세라 돔 오사카와 나고야 돔에서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15일 한신 타이거스는 교세라 돔에서 히로시마 카프와 경기를 치렀습니다. 원래 한신의 홈구장은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는 한신고시엔구장입니다. 그러나 이 기간에는 고교야구 대회가 열려 프로 선수들이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구장을 양보합니다. 이 때문에 한신이 오릭스 버펄로스 대신 교세라 돔을 잠시 사용합니다.
일본의 명절 연휴인 오봉(お盆) 연휴를 맞아 한신 팬들이 야구장을 채웠습니다. 센트럴리그 1위를 질주하는 히로시마 팬들도 1만명 넘게 입장하며 3만6154석 입장권이 모두 팔렸지요. 항상 열광팬들이 운집하는 한신과 리그 1위의 대결다웠습니다. 하지만 한신은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치며 11대 6으로 패했습니다. 그럼에도 구름 관중이 몰렸지요. 18일에 찾은 주니치 드래건스의 홈구장 나고야 돔에서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주니치는 포스트시즌 자력 진출이 힘들어졌음에도 팬들의 응원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야구팬을 야구장으로 끌어 모을 수 있는 요인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야구팀의 성적이 좋아야 합니다. 아무리 인기 구단이라도 성적 침체가 지속되면 야구장을 찾지 않습니다. 하위권 팀도 끈질긴 모습을 보여줘야 팬들이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야구 관람에 불편함이 없도록 쾌적한 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돔구장의 최대 장점은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다양한 부대시설로 수익을 올릴 수 있지요. 일본의 돔구장 안은 레스토랑, 햄버거 가게, 기념품 상점 등이 줄줄이 모여 있어 돈을 쓰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할 정도였습니다.
다양한 이벤트도 필요합니다. 이날 한신 타이거스는 인기 선수 도리타니 다카시 인형을 관중들에게 선물했고, 주니치 드래건스는 18일부터 시작된 주말 3연전에서 ‘블루 섬머 페스티벌’이라는 이벤트로 관중들에게 셔츠를 선물했습니다. 인터넷 세상에서 야구장이 아니어도 야구를 보는 데 문제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야구장을 찾아 좋은 경험을 하고 기꺼이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이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도 그토록 염원하던 돔구장이 지난해 서울 고척동에 개장했습니다. 하지만 돔구장으로 적합하지 않은 부지에 억지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좁은 공간에 억지로 지붕을 올려 부대시설이 들어갈 공간이 부족합니다. 구장을 둘러싼 어지러운 철제 구조물도 관람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지붕에서 물이 떨어져 관리 부실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나고야 돔이 2015년 리모델링으로 총 길이 103m짜리 초대형 전광판을 만들어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물론 긍정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신생 구단 KT 위즈는 지난 7월 29일부터 9일 동안 ‘워터 페스티벌’을 진행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관중들에게 물을 뿌리고 서로 물싸움을 하는 이벤트였지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야구장과 물놀이였지만 물을 뒤집어쓰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존 같은 초대형 온라인 기업들도 ‘사용자 경험’ 때문에 오프라인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야구를 비롯한 프로스포츠도 관중들이 경기장에서 무엇을 즐기고 갈 수 있을지 더욱 고민해야겠지요. (끝) /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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