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지원이 곧 박근혜에 건넨 뇌물"…대법 판례와 다른 법리 적용 '논란'

입력 2017-08-27 19:29   수정 2017-08-28 05:35

이재용 1심 선고 이후

뇌물죄 근간 흔든 1심 선고

법원 "공모만으로 뇌물 성립"
"경제공동체 입증 필요한 3자 뇌물죄 적용해야" 지적



[ 김주완/고윤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삼성의 승마 지원 부분을 단순뇌물죄로 판단한 점도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재판부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지만 대법원 판례와 다른 새로운 법리를 만들어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무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고 비공무원인 최순실 씨가 받았기 때문에 단순뇌물죄가 아니라 당연한 ‘제3자 뇌물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제3자 뇌물죄의 경우 공무원과 비공무원 사이의 ‘경제적 공동체’가 입증돼야 성립된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형법은 뇌물을 받은 주체에 따라 단순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로 구별하고 있다. 보통 단순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공무원이 직접 받거나 제3자인 비공무원이 받아도 해당 공무원이 경제적 이득을 봐야 한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는 제3자인 최씨가 돈을 챙겼고 박 전 대통령은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이 없는 데도 단순뇌물죄가 인정됐다.

해당 혐의에 재판부는 형법 제33조 ‘신분관계로 성립되는 범죄에 가공한 행위는 신분 관계가 없는 자에게도 전3조(공동정범, 교사범, 종범)의 규정을 적용한다’를 들이댔다. 공무원(박 전 대통령) 신분 관계로 성립되는 범죄에 비공무원(최씨)도 공범으로 적용하는 조항이다.

하지만 그동안 형법 판례를 보면 비공무원에게만 이익이 모두 돌아간 경우 공무원과 비공무원을 단순 수뢰 공범으로 인정한 경우가 없었다. 대법원의 판례도 ‘공무원이 제3자의 생활비를 부담하고 있었거나 빚을 지고 있을 때’ 등에 국한해서만 ‘단순(직접)뇌물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엄격하게 보고 있다.

재판부의 단순뇌물죄 적용은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공범이라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돈을 받은 경우 공무원에게 직접 뇌물죄를 인정하려면 두 사람이 생계를 같이할 정도로 ‘경제적 공동체’인지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모한 경우에는 두 사람이 경제적 관계가 있을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모 관계가 인정되면 경제적 관계는 따질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삼성 측 변호인은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공범 관계가 성립되면 뇌물의 귀속 주체와는 관계없이 단순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만들어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예를 들어 제3자 뇌물죄는 처음부터 공무원과 비공무원 사이에 발생하는 범죄를 대상으로 한 규정이다. 입법 취지에 따라 범죄의 세부 구성 요건이 갖춰진 130조를 33조보다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법원의 해석은 단순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는 지적이 형사 전문 변호사 가운데서 나오는 이유다.

대형로펌 형사 전문 변호사는 “경제적 관계 입증이 안 되더라도 공모를 했다는 정황만 있다면 ‘그 돈이 그 돈’이라는 단순뇌물죄 적용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논리”라며 “단순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만큼 향후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3자 뇌물 성립 요건

제3자인 비(非)공무원이 공무원을 위해 뇌물을 받았을 때 적용한다. 뇌물은 직무와 관련돼 있고 부정한 청탁의 대가여야 한다. 해당 공무원이 경제적 이득을 봤다는 증거도 필요하다.

김주완/고윤상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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