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 인상 논란 격화

입력 2017-08-28 17:50  

"동일한 세금 물려야"
원료·흡입방식 비슷한데 지금은 세금 절반만 내
외국 담배회사만 배불려

"서민 증세 반대"
유해물질 배출 10% 이하 같은 세금 물려선 안돼
국회 논의도 결론 못내



[ 오형주 기자 ] 궐련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놓고 ‘입법공백 해소’와 ‘서민 증세 반대’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개소세 인상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유해성 낮은데 … ”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자기기를 이용해 연초 고형물을 고열로 가열해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일반 담배처럼 궐련(종이로 연초를 말아서 만든 담배)을 쓴다는 점에서 액체로 된 기존 전자담배와 다르다. 국내에선 외국계 회사인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의 ‘글로’ 등 두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절반씩 섞어놓은 특성으로 인해 지난 5월 출시 직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분류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개소세는 파이프담배와 같은 수준(고형물 1g에 21원)으로,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전자담배에 해당하는 세금이 적용됐다. 그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 1갑(연초 고형물 6g 기준)에 붙는 세금 등 총액은 1739원으로 일반 담배(3323원)보다 1584원이나 적었다.

이에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 등 야당 의원 10명은 6월 일반 담배와 동일한 세금을 물리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후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는 이달 22일 개소세 인상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인상안에 따르면 기존 126원이던 개소세는 일반 담배와 같은 594원으로 오른다. 기획재정부도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소세 부과 근거가 없었던 만큼 입법공백 해소를 위해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해당 업체들은 이런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했다. 업체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유해물질 배출량이 일반 담배의 10% 이하”라며 “유해성이 낮은 전자담배에 일반 담배와 같은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세금 인상은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흡연자의 부담만 늘릴 수 있다는 것도 관련 업체들의 논리다.

이날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전자담배 개소세 인상이 담배세 인하 당론과 배치된다는 이유에서 한국당 소속 기재위 의원들에게 개소세 인상 ‘반대’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많다고 가격 올리지 않아”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는 이런 업계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가 공개됐다. 기재부가 필립모리스에서 받은 ‘외국의 아이코스 출시 현황’ 자료를 보면 해외 주요국이 아이코스에 매기는 세금과 판매가격 간 상관관계는 명확하지 않았다. 일반 담배 대비 아이코스의 세금 비중은 최소 0%(이스라엘 등)에서 최대 57%(러시아)까지 차이가 났지만 판매가격 차이는 0~7% 정도로 그보다 훨씬 작았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별로 세율 분포가 다양하지만 일반 담배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것은 제조회사의 영업전략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도 아이코스와 일반 담배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세금을 올리더라도 당장 판매가격으로 전가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세금을 매기지 않은 만큼 다국적 담배업체는 앉아서 돈을 벌고 있었던 셈”이라며 “조세 주권을 챙겨야 할 정부가 이를 묵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인체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을 올리면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서민과 젊은 층이 많이 피우고 있어 세금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유해성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가서 세금을 올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일반 담배는 유해물질 함유량이 조금씩 달라도 모두 같은 세금을 매기고 있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에 과세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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