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미 FTA 개정 '이익균형'으로 압박해야

입력 2017-08-28 18:28  

한·미FTA 협상은 균형찾는 게임
'개정범위 최소화' 수비 자세 말고 미국 요구 비례하는 대가 받아내야

최원목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번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에서 한국 정부는 아마추어적 대응을 답습했다. FTA 효과에 대한 공동연구 없이는 실무협상도 없다는 대응 말이다. 이것이 대미 초강경 대응이라고 한다. 이번 위원회에서 아무것도 미측에 합의해준 게 없다고 발표하며 FTA 개정협상의 개시를 또다시 막아냈다는 식의 자평까지 하고 있다. 이런 식의 대응은 초강경 대응이기는커녕 우리 측에 가장 불리한 대응이다. 미국은 이미 FTA 재협상(개정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 아래 이번 회의에 임했고, 이것은 ‘일방적 요청으로 개정협의가 진행된다’고 규정한 FTA 협정문과도 일치한다.

이번 협의를 실무협의로 인식한 미측은 많은 실무적 요구사항들을 협상테이블에 던졌을 것이다. 우리 측이 FTA 효과 공동연구를 요구하며 버틴 것은, 결과적으로 보면 미측 요구에 대해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은 것이고, 미국이 ‘노마크 찬스’로 자신의 요구를 던지도록 허용한 셈이다.

그래도 한국 측이 끝까지 안 받아들이면 그만이라고? 협상개시를 부인함으로써 FTA를 위반하고 있는 부담이 쌓여감은 물론, 미측이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날릴 준비는 이미 갖추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미 지난 6월 말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미 FTA는 만료됐다”고 언급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미 FTA 파기카드를 사용할 의도를 비쳤다. 미국 의회와 수입제품 연관 산업이 FTA 파기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통상법상 FTA 파기는 대통령의 전권사항이고, 결국 FTA 파기보다는 상대방 요구사항 수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쪽이 한국임을 미국인들이 모를 리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져야 하는 시한을 설정하거나 조건을 부여하는 식으로 조건부 파기선언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측에서 결국은 굴복할 수밖에 없기에 미국 내 FTA 파기반대 목소리는 자연스레 사그라지게 된다. 이 밖에도 안보 문제, 쌀시장 개방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의회의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굴복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많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도 요구사항을 꺼내면 된다고? FTA를 파기하거나 안보를 볼모로 최대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무슨 대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미측에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국민 정서도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는 통상분야에서 미측에 양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흐를 것이다. 결국 우리는 지금 미측이 주도하는 통상과 안보 간의 빅딜 모드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FTA를 개정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끝까지 모색해봐야 한다고? 미국은 통상협정을 제조업 보호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해 개정하겠다는 노선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공식화하고 그 시범대상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를 지목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말부터 심각한 교역적자에 관한 종합보고서와 모든 무역협정 위반과 남용에 관한 보고서 그리고 교역문제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더구나 미측의 FTA 재협상 논리는 단순히 FTA의 상호이익 분석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 철강, 알루미늄, 차량, 조선, 반도체 등 제조업 및 기초소재 산업분야의 과잉생산과 교역불균형이 미국 제조업의 위기를 초래했고, 비상 시 미국의 대응능력을 저하시켜 국가안보 차원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논리로 발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FTA의 단순한 경제적 이익에 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자는 한국 측 제안은 동문서답인 것이다.

한·미 FTA 개정협상 게임은 개정범위를 최소화하도록 협상해야 하는 수비적 게임이 아니다. 서로 치고 받으며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야 하는 상호 공격적 게임이다. 미측의 필요에 의해 개정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요구에 비례한 대가를 우리도 정당하게 요구함으로써, 통상분야 자체로써 새로운 이익균형을 찾아가도록 압박하는 전략으로 하루속히 전환해야 한다.

최원목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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