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이사회서 공식 발표
SK "계속 지켜보겠다"
[ 김동욱 기자 ] 경영난을 겪고 있는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참여하는 신(新)미·일 연합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최고경영자(CEO)가 연일 최고위급 협상을 진행한 끝에 매각과 관련한 대체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티브 밀리건 웨스턴디지털 CEO가 지난 28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밤 늦게까지 쓰나가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 등 도시바 측 경영진과 매각 관련 협상을 벌였다.
양측은 웨스턴디지털이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든 뒤 총 2조엔 안팎에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는 방안에 대체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K하이닉스, 베인캐피털 등 한·미·일 연합 대신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유력해진 신미·일 연합에는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참여한다. 당초 SK하이닉스 등과 손잡았던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은 매각 협상 장기화에 따른 채권은행단의 압력과 일본 경제산업성 담당 관료 교체 등의 영향으로 웨스턴디지털 쪽으로 말을 갈아탔다.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이 각각 3000억엔(약 3조1000억원)을 출자하는 등 일본계 자금이 전체 의결권의 과반을 확보하도록 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전환사채로 1550억엔가량을 출자하며, 향후 도시바메모리에서 확보 가능한 의결권 비율도 20% 이하가 되도록 할 방침이다. 낸드메모리 생산 세계 2위(도시바)와 3위(웨스턴디지털) 업체가 힘을 합치는 만큼 중국 등 각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려면 웨스턴디지털의 의결권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시바메모리의 주요 경영 활동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웨스턴디지털의 의결권 비율을 3분의 1 미만으로 확정하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수년 후 도시바메모리의 기업공개(IPO)에도 의견 일치를 봤다.
도시바는 31일 이사회에서 도시바메모리 매각 계약 성사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약서 작성 작업이 방대한 만큼 최종 계약 체결이 9월 이후로 늦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미·일 연합에 참여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인수 구도 급변에 실망하는 분위기다. SK그룹 관계자는 “아직 최종 결말이 난 것이 아닌 만큼 담담하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의 견제심리가 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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