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속담에 ‘그루밭 개똥불(반딧불의 충북 방언) 같다’는 말이 있다. 밀이나 보리를 베고 심은 밭에 여기저기 불빛이 반짝일 정도로 반딧불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금 반딧불이는 한국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돼 개체 보호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그동안 사람 중심의 도시화나 문명화 뒤에는 언제나 엄청난 자연의 희생이 수반돼 왔다. 숲과 실개천이 사라지고 반딧불이나 물고기, 참새 등 수많은 터줏대감 생명체들이 인류의 행복과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생존의 터전을 잃었다.
최근 글로벌 리딩기업들은 새로운 개념의 사옥을 짓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는 항저우 본사를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시시(西溪)국가습지공원 옆에 짓고 전통가옥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조화된 친환경 형태로 조성했다. 애플은 사옥 주변 500만㎡(축구장 넓이의 약 700배) 규모를 잔디와 수천 그루 나무로 꾸몄고, 모든 시스템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가동한다. 구글 역시 ‘자연과의 융합’이라는 콘셉트로 자연생태계를 보존하면서 기업과 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신사옥을 지었다.
자연과 공존하는 녹색 사무환경 속에서 이들은 근원적인 삶의 행복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이를 제품의 기획, 생산에 반영해 회백색 사무실 책상 앞에서는 결코 탄생할 수 없는 상상 이상의 친환경, 친인류적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는 인류가 자연과 다시 공존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자연을 벗어난 인류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 자연 파괴는 생태계 교란을 가져와 결국 인류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자연과의 공존은 필연적인 선택인 것이다.
경기도가 판교 금토동과 시흥동 일대 43만㎡에 제로시티를 조성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환경 전기자동차로 승객을 실어 나르고, 판교역과 제로시티 사이에는 차량과 사물 간 통신(V2X) 시스템을 기반으로 친환경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상시 운행하는 등 배기가스 없는 첨단 혁신도시를 만들려는 것이다.
제로시티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일반 탄소차량은 외부 주차장이나 외곽의 지하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지상 도로에는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전기자전거 등 친환경 녹색교통수단만 운행되는 획기적인 발상인 것이다.
인간과 자연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첨단 정보기술(IT)과 어우러진 융복합 생태계, 그리고 그 안에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그려본다.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친환경의 판교 제로시티를 꿈꿔본다.
한진현 <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 jinhan@ktne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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