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현 기자 ] 60년 가까이 통제된 덕수궁 돌담길 일부가 개방됐다. 1959년 영국대사관이 점유하면서 철대문을 설치한 170m 구간 중 100m 구간이다. 하지만 영국대사관 소유의 70m 구간은 여전히 통제돼 덕수궁 둘레(1.1㎞)를 한 바퀴 돌아볼 수는 없다.
서울시는 30일 영국대사관 후문부터 대사관 직원 숙소 앞까지 이어지는 100m 구간을 보행길로 개방하는 기념식을 열었다. 폭 5m 안팎의 좁은 이 구간은 과거 고종과 순종이 제례(길·흉례) 의식을 행할 때 주로 이용한 길이다. 덕수궁에서 선왕의 어진을 모신 선원전(경기여고 터)으로 들어가거나 경희궁으로 갈 때 거치는 길목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대사관이 1959년 서울시 소유의 땅을 점유해 철대문을 설치하면서 시민들이 드나들 수 없게 됐다.
박원순 시장은 “단절의 공간이던 덕수궁 돌담길을 시민 품으로 돌려주게 됐다”며 “정동 일대의 역사를 품은 탐방로이자 걷는 도시 서울의 비전을 집약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간에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이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었다”며 “이제 길이 연결된 만큼 덕수궁 길을 걸으면 사이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새로 개방한 돌담길은 덕수초등학교 인근 구세군 서울제일교회 옆에서 진입할 수 있다. 덕수궁을 드나들 수 있는 후문도 새로 생겼다. 하지만 길 끝에는 여전히 검은색의 영국대사관 철문이 있어 덕수궁 외곽을 온전히 돌아볼 수는 없다. ‘미완의 회복’인 셈이다.
끊어진 70m 구간까지 연결하려면 영국 소유(1883년 매입)의 대사관 내부를 지나가야 한다. 현재 길은 조성돼 있지만 필로티 구조(1층은 기둥만 세우는 방식)의 영국대사관 업무동(3층건물) 바로 아래를 지나야 해 대사관 측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개방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영국대사관 정문 쪽에 덕수궁 출입로를 하나 더 만들면 끊어진 길을 연결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나머지 70m 구간도 반드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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