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기아차 '신의칙' 인정 못받은 이유는

입력 2017-08-3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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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31일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에서 '신의성실원칙(신의칙)'을 인정 안한 핵심 사유는 이번 판결이 사측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재판부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은 있지만, 사측의 재정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봤다. 기아차가 이번 청구로 기업 존립이 위태로운 수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사 간 합의로 분할상환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지불 능력은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기아차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지속적으로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거둬왔고, 매년 약 1조에서 16조원의 이익 잉여금을 보유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또 같은 기간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169.14%에서 63.70%로 낮아져 사측의 재정과 경영상태, 매출실적 등이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재판부는 기아차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매년 근로자들 모두에게 경영성과급을 지급해 왔고 그 규모의 합계액(5조4679억원)이 이번 사건 청구 금액을 훨씬 초과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상임금 판결 인용금액 4223억원(원금 3126억원, 이자 1097억원)은 기아차 한해 경영성과급 지급액보다 적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지난 3년간 기아차는 성과급으로 2014년 7703억원, 2015년 6578억원, 2016년 5609억원을 지급해왔다.

원고(노조)들이 향후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해 방관하지 않고 노사협의를 통해 분할 상환 등의 발전적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5400여개 달하는 협력업체 및 자동차산업계에 큰 타격을 가하게 될 수 있을 것이지만 미리 예측해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다만 같은 통상임금 소송 건이라도 재판부의 판결이 엇갈리고 신의칙 인정 기준이 모호해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재계는 "기업들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통상임금과 신의칙 적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입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아차는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해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유감이며 즉시 항소해 법리적 판단을 다시 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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