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우리 불교에 큰 족적을 남긴 성철(性徹) 스님의 말로도 유명하다. 자명한 이치, 눈앞에 있는 것 그대로의 깨달음, 본원(本原)으로의 회귀 등을 깨우치는 말이다.
원전은 중국의 송대(宋代) 청원행사(靑原行思)라는 선종(禪宗) 대사가 남긴 말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산은 산이었고 물은 그저 물이었다. 뒤에 볼 때 산은 산이 아니었고 물은 물이 아닌 듯했다. 끝내 산을 볼 때 산은 역시 산이었고 물은 역시 물이었다(看山是山, 看水是水. 看山不是山, 看水不是水. 看山仍然山, 看水仍然是水)”는 내용이다.
세 가지 마음 경계를 가리킨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초심의 상태, 수행을 할 때 찾아드는 부정과 의심, 그러나 종내 깨달음을 얻었을 때의 경지 등이다. 순수하면서 잡티가 없었을 때의 상태가 반문과 의구심으로 이어지다가 끝내 원래 상태로 회귀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불가의 수행 과정으로 볼 때 첫 단계는 미숙함, 그다음 단계는 궁리(窮理), 마지막은 궁극적인 깨달음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첫 단계에서 드러낸 직관(直觀)으로서의 깨침이 결국 마지막 단계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초심(初心)의 긍정, 순수와 자연으로의 회귀를 말하기도 한다. 순수한 상태에서의 직관적인 지향, 그를 이리저리 살피고 헤쳐 볼 때 드는 의구심과 회의(懷疑), 막바지에 이르러 멀리 바라보는 아득한 출발점. 내가 찾아 헤매던 것이 내 가까운 곳, 삶의 바탕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는 점을 깨닫는 마음 상황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 우리 안보의 근간이 마구 흔들린다. 북한의 실체는 당초의 초심으로 돌아가 보는 것이 맞다. ‘운전대론’이라는 섣부른 이상으로 야욕을 지닌 북한을 잘못 보다가, 우리 생존의 근간을 해치는 일을 반복할 수 없다.
우리는 제법 오랜 부정과 의심, 궁리를 했지만 북한이 코앞에 들이댄 것은 결국 핵과 미사일이다. ‘산’은 그대로 산, ‘물’은 그저 물이다. 북한의 의도, 내민 핵과 미사일을 앞에 두고 더 이상의 혼동이 없어야 옳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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