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인수식 해석이 여론조사 결과 왜곡"
[ 유승호/배정철 기자 ] “정치 공세일 뿐입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일부 정치인의 비판을 이렇게 일축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70~80%,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50%에 달하는 여론조사에 대해선 믿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관제 여론조사”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당론 채택과 관련해선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해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 64%가 전술핵 재배치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지난 5월 대선 직전 자체 여론조사 결과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근접하게 추격했다고 했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여권은 지금 ‘여론을 믿고 가겠다’고 하지만 1년여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비교적 높게 유지되자 민주당 측은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주장의 근거는 10%에 못 미치는 낮은 응답률이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5월 응답률이 10% 미만인 여론조사는 공표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여론조사 응답률이 낮은 것을 놓고 여야의 태도가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여론조사 응답률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만 바뀌었다.
여론조사가 엉터리일 때도 적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지난해 4·13 총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업계를 대신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반성문을 썼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과반 붕괴와 민주당의 승리를 점친 여론조사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총선만이 아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도 여론조사 ‘참사’라고 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중 실제 득표율이 여론조사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 곳이 서울 부산 울산 경기 충남 제주 등 여섯 곳이나 됐다. 서울시장 선거에선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여유 있게 이길 것이라던 여론조사와 달리 오 후보가 0.6%포인트 차의 신승을 거뒀다.
유승호/배정철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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