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쓰인 꽃 기부받아 재가공한 뒤 노인요양병원에 전달
[ 구은서 기자 ] 예비신부 고은정 씨(29)는 예식장 대신에 예비신랑과 즐겨 찾던 음식점에서 다음달 ‘작은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절약한 결혼자금과 축의금은 복지시설에 기부할 계획이다. 고씨는 “작은 결혼식은 비용을 아낄 수 있어 흔히 ‘착한 결혼식’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내 지갑에만 착한 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셀프웨딩이 인기를 끌면서 작은 결혼식을 넘어 ‘착한 결혼식’을 치르는 신랑 신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에코웨딩(eco wedding)’이다. 천연소재로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고 재생용지에 콩기름 잉크로 청첩장을 인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
에코웨딩 전문 사회적 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에 따르면 연간 30만여 쌍이 결혼식을 올리는 과정에서 170만 벌의 썩지 않는 합성섬유 웨딩드레스와 4억 송이가 넘는 장식용 꽃이 버려진다. 이경재 대지를위한바느질 대표는 “최근 채식주의 등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에코웨딩을 찾는 젊은 예비부부도 많아졌다”며 “올해 상반기 에코웨딩 문의가 작년보다 두 배 늘었다”고 말했다.
구매액 일부가 자동으로 기부되는 ‘기부 청첩장’을 택하거나 장식용 꽃을 기부하는 부부도 늘고 있다. 비영리 프로젝트 ‘플리(FLRY)’는 2015년부터 결혼식장 장식에 쓰인 꽃을 기부받아 자원봉사자들이 꽃다발, 꽃바구니로 재가공한 뒤 노인요양병원 등에 전달하고 있다. 진선미 플리 사무국장은 “결혼식 한 건에 꽃 관련 비용만 300만원 정도 든다”며 “30분가량 예식에 쓰이고 버려지던 꽃들을 사회적으로 ‘업사이클링(up-cycling: 재활용품을 가공해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시키는 것)’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플리가 전달한 꽃다발은 6500여 개, 참여한 자원봉사자는 1500여 명에 달한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고, 특히 ‘가문의 결합’이라는 인식이 옅어지는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층 사이에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란 인식이 커지면서 의미 있는 결혼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며 “과거 결혼식이 가문 간 결합이었다면 요즘은 개인의 기호와 가치관을 드러내는 축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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