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 = 과잉복지' 라더니… 결국 물러선 복지부

입력 2017-09-0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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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2년 싸우다 서로 소송 취하
정권 바뀌자 '화해모드'로 돌변

박능후 복지부 장관
"당시의 청년수당 반대는 정치적 판단이었을 수도"

박원순 서울시장
"수당 받지 못한 청년들 소급적용해 모두 구제할 것"

관가 "포퓰리즘 복지 반대를 정치적 게임으로 매도" 지적



[ 김일규 기자 ]
‘청년수당’ 사업을 둘러싸고 소송을 주고받으며 2년 가까이 갈등을 빚은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서로 소(訴)를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청년수당은 무분별한 현금 지급”이라며 반대했던 복지부가 정권이 바뀐 뒤 화해하자며 내민 손을 서울시가 잡은 것이다. 복지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심판으로 파면된 뒤 지난 4월 돌연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찬성 쪽으로 돌아서긴 했다. 당시에도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지자 원칙을 버리고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양측 간 공식 화해로 청년수당 지급 대상이 크게 늘어나고 당초 목적인 구직활동 지원과 무관한 데까지 수당을 지급할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정권 바뀌자 돌변한 복지부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청년수당 사업 관련 맞소송을 서로 취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청년수당은 서울시에 사는 만 19~29세 미취업 청년 가운데 가구소득이 낮은 청년 5000명을 뽑아 매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지급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2015년 11월 이 사업 계획을 발표한 뒤 예산을 편성하자 복지부는 서울시에 재의를 요구했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는 경우 복지부 장관과 반드시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서울시가 법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였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가 재의 요구에 불응하자 복지부는 지난해 1월 대법원에 제소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청년수당에 대해 최종 ‘부동의’ 통보를 했다. 청년수당이 무분별한 현금 지급이란 이유에서다. 서울시가 그럼에도 최종 대상자 3000명을 선정, 50만원씩 지급하자 복지부는 지난해 8월 직권취소하고 이미 지급한 수당을 환수하도록 했다. 그러자 이번엔 서울시가 복지부를 대법원에 제소했다.

그러던 복지부는 올해 4월 돌연 청년수당 사업에 찬성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서울시가 대상자 선정 기준 명확화 등 복지부의 보완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대상자 5000명을 처음 선정하고 청년수당을 지급했다.

◆과거 결정이 정치적 판단?

박 장관은 지난해 복지부의 청년수당 반대를 ‘실무자 선을 넘어선 정치적 판단’이라고 규정했다. “행정부가 가끔 사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는 굳이 그 뒤를 캐보지 않아도 ‘흔히 예측할 수 있는 정치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박 시장도 “청와대에서도 그 당시 안종범 수석까지 ‘오케이’ 한 것을 그 위 어느 곳에선가 개입해 재논의했던 것으로 대체적으로는 파악됐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에 대해 복지부 내부에서도 “원칙에 따라 포퓰리즘 복지에 반대한 것을 두고 ‘정치적인 게임’으로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텔서도 쓸 수 있는 청년수당

서울시는 작년 복지부의 직권취소로 수당을 받지 못한 청년들도 구제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이미 한 약속을 이행하도록 하겠다”며 “2017년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남은 예산과 예비비를 활용해 원하는 청년은 전부 구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청년수당 선정자 3000명 가운데 구제 대상자는 85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수당 클린카드’가 모텔, 노래방에서도 사용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홍철호 바른정당 의원이 입수한 ‘서울시 청년수당 클린카드 업종코드 및 업종별 리스트’에 따르면 업종코드 340개 가운데 13%인 45개 업종에만 카드 사용이 제한됐다. 이에 따라 이 카드는 모텔, 노래방, DVD방 등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신구, 주류 등도 구입할 수 있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기본은 신뢰”라며 “부분적 일탈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신뢰야말로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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