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뒤늦게 직책 파악에 나서
[ 박상용 기자 ] 서울시가 존재하지도 않는 평양시장에게 편지를 쓰는 행사를 기획해 구설에 올랐다. 남북 화해 염원을 담은 이색 이벤트라는 평가도 있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지나친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일 개막하는 2017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행사 ‘평양전-평양살림’ 전시에서 ‘시장에게 쓰는 편지전’을 연다고 1일 밝혔다. 서울시장과 평양시장에게 편지를 쓰자는 행사다.
‘시장에게 쓰는 편지전’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 서울 전시장과 평양 전시장 사이에서 열린다. 이곳에선 국내외 건축가들이 쓴 도시 비전과 남북교류 염원을 담은 편지를 볼 수 있다. 서울 비엔날레가 폐막하는 11월5일까지 일반인의 편지도 접수한다. 서울시는 서울시장과 평양시장에게 남북교류 활성화에 대한 바람과 제안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을 찾지 않고도 행사 홈페이지와 우편을 통해 편지를 쓸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는 ‘평양시장’이라는 직책이 없다. 서울시는 이날 뒤늦게 상황 파악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평양시장과 비슷한 역할은 양만길 평양직할시 인민위원회 위원장이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평양시장’이라고 표현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인민위원회는 한국의 지방자치단체 격으로, 평양시 인민위원회 위원장이 ‘평양시장’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통일부에 따르면 실질적인 평양시장 역할은 김수길 평양직할시 당위원회 위원장이 맡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인민위원회가 행정기관이지만 중앙당의 ‘영도’를 받는 북한 체제상 당위원회가 훨씬 더 막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만길이 평양직할시 인민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서울시의 설명은 틀린 것으로 확인됐다. 양만길은 2012년 9월 위원장직에서 해임됐다. 현재 평양직할시 인민위원회 위원장은 차희림(64)이다.
서울시가 접수하는 편지가 차 위원장에게 전달되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편지가 직접 북한에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며 “11월1일 ‘시장과의 대화’ 행사에서 박원순 시장이 낭독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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