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확보로 미국과 협상 노려
내부적으론 체제결속 염두
[ 김채연 기자 ]
북한이 3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6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핵 보유국’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핵실험 3시간 후에 내보낸 중대보도를 통해 “이번 핵실험이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 단계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의의 있는 계기”라고 밝힌 대목에서 엿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핵 폐기를 위한 대화와 협상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핵·미사일 완성으로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최근까지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는 점에서 물밑 대화가 어긋나면서 북한이 ‘마이웨이’로 나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을 두 차례 발사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일본 상공을 향해 발사, 북태평양에 떨어뜨리는 대규모 도발을 감행했다.
이튿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미국은 지난 25년간 북한과 대화해왔고, 터무니없는 돈을 내왔다. 대화는 답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나흘 만에 북한이 수소탄 핵실험을 단행하고 3시간 만에 이를 공표한 것은 미국을 겨냥해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을 모두 보여주는 ‘풀베팅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는 물론 폭발력 증대까지 보여줘 대미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 벼랑 끝까지 가겠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번 핵실험은 북한 김정은 체제 이후 네 번째다. 김정은의 지속적인 핵도발은 내부적으로는 체제 결속용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채 3년도 안 되는 후계자 과정을 거쳐 권력을 승계했다. 부족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정통성을 핵무기 보유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정권 창건 69주년 기념일(9월9일)을 엿새 앞두고 있다. 이번 핵실험을 통해 김정은 체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작년 9월9일에도 제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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