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급증·저출산 영향
65세 이상 인구, 유소년 앞질러
[ 박상용/백승현 기자 ] 대한민국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00년 고령화사회가 된 지 17년 만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수명이 늘고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한국의 ‘노화’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만 65세 이상 인구는 725만7288명으로 전체 인구(5175만3820명)의 14%를 웃돌아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유엔은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1.4%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북(18.8%) 경북(18.8%) 등도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이다.
대도시지역은 상대적으로 고령화 속도가 더디다. 세종(9.7%) 울산(9.8%)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0%를 밑돈다. 경기(11.3%) 광주(12.2%) 서울(13.6%) 대구(13.8%) 등 도시화가 앞선 곳도 상대적으로 고령인구 비중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속도다. 한국의 고령화는 예측이 무의미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은 1997년 장래인구추계에서 2022년 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2000년 인구 추계에서는 진입 시기를 2019년으로 3년 앞당겼다. 2015년에는 이를 다시 2018년으로 조정했지만 이보다 1년가량 빨리 고령사회가 현실이 됐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까지 단 17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속도다. 프랑스는 115년, 미국은 73년 걸렸다. ‘노인대국’이라는 일본도 24년 걸린 일이어서, 한국의 상황은 가히 ‘실버 쇼크’라고 할 만큼 가공할 속도로 평가된다.
급속한 고령화는 기대수명이 급증한 영향이 가장 크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60년 52.4세에서 2014년 82.4세로 54년간 30세나 늘었다. 반면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연간 사망자 수)은 1983년 637.8명에서 2015년 541.5명으로 줄었다.
출산율 하락도 큰 원인이다.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은 1970년까지만 해도 4.71명에 달했다. 그로부터 30여 년, 초혼 연령이 높아지고 미혼율이 늘면서 2005년 출산율은 1.22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엔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이렇다 보니 1965년 88만 명에 불과하던 만 65세 이상 인구는 2005년 432만 명으로 급증했고, 지난달 말에는 725만여 명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만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는 1258만 명에서 922만 명, 682만여 명으로 급감했다. 고령인구가 유소년인구 수를 추월한 것은 지난해 12월이 처음이다.
박상용/백승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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