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의사일정 보이콧… 정기국회 시작부터 '가시밭길'

입력 2017-09-03 18:24  

'김장겸 MBC사장 체포영장' 놓고 충돌

긴급 의원총회 연 한국당 "자유민주주의 수호 투쟁"
안철수 "보이콧은 잘못된 일"

4일 '김이수 임명동의안' 표결
한국당 불참한 채 진행될 듯'



[ 박종필/김소현 기자 ]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따른 후폭풍이 국회를 강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김 사장에 대한 영장 발부를 강력 규탄하며 4일부터 본격 가동되는 정기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107석의 제1야당인 한국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면서 시작부터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은 주말간 예민하게 대응했다. 김 사장에 대한 영장 발부가 이뤄진 지난 1일 야간에 홍준표 대표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지난 2일엔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지역구 활동을 하는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비상 소집령을 내려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어 3일에는 정우택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9월 정기국회 후속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한국당이 국회 일정을 거부한 것은 단순히 정쟁 차원의 대여 투쟁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각 당은 한국당의 보이콧을 비판하고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개 방송사 사장의 거취 문제로 중대한 시기에 열리는 정기국회를 외면한다면 국민 어느 누구도 한국당 결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국회 보이콧은 잘못된 일이다. 국회 내에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조속히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안보 문제의 시급성을 감안해 한국당은 국회 보이콧을 즉각 철회해 달라”고 했다.

한국당은 북한의 핵 도발에도 불구하고 ‘김장겸 사태’에 따른 국회 보이콧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등 안보 관련 상임위에는 정상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에는 변함이 없다”며 “안보 문제는 초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견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내일(4일) 최고위 회의와 의원총회에서 결론내겠다”고 말했다.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안은 한국당 불참 속에 표결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정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 인준 표결도 거부하는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이 한국당을 제외하고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본회의 참석을 이끌어 표 대결로 갈 경우 ‘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란 의결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40석 의석의 국민의당이 MBC 문제에서 여당과 뜻을 같이하는 데다, 20석의 바른정당도 김 사장 체포를 반대하지만 의사일정은 정상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과반 출석이 가능하다. 이 경우 민주당(120석)만으로도 과반 찬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의 보이콧은 현 시국에서 계속되기가 어렵지 않나”며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은 빨리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필/김소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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