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기기·조명 등으로 확산되는 AI 생태계
"아기 체온은 얼마지?" 알렉사와 연동된 필립스의 체온계·젖병
"계란 신선도 스캔해줘" 지멘스·보쉬가 개발 중인 AI비서 '마이키'
삼성 독자개발 '빅스비' 연동 스마트홈으로 승부
LG, 구글·아마존과 협력…최적화된 AI기술 찾기
[ 좌동욱/이승우 기자 ] 3일 국제전자전시회 ‘IFA 2017’이 열린 독일 베를린의 전시회장인 ‘메세 베를린’. 글로벌 유통 공룡인 아마존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사이에 30㎡를 조금 넘는 전시 공간을 차렸다. 가장 큰 전시장을 운영한 삼성전자(1만1064㎡)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아마존은 글로벌 가전업체들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득실대는 IFA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이들 회사가 아마존의 음성 인공지능(AI) 서비스 기술 ‘알렉사’를 경쟁적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구글이 지배하는 AI 생태계
AI 기반의 음성 인식 서비스가 가전과 IT업계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올 IFA에서는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등이 구글의 음성 AI 서비스 기술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장착한 가전제품을 선보였다.
LG전자는 아마존과 구글의 AI 기술을 동시에 채택한 가전제품을 시연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경영권을 인수한 오디오 전문업체 하만은 아마존, 구글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음성 AI 서비스인 ‘코티나’까지 포함해 세 종류의 서로 다른 AI 스피커를 전시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음성 AI 서비스 기술인 ‘빅스비’를 탑재한 AI 스피커를 내년 출시할 예정이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리처드 유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부문 최고경영자(CEO)는 “AI에 대해 과거 수십 년 동안 이야기해왔지만 AI는 지금에야 소비자를 위한 준비가 됐다”고 선언했다.
음성 AI 서비스는 2014년 11월 아마존이 ‘에코’를 공개하면서 일반인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불과 3년도 안 돼 미국 시장에서 팔린 AI 스피커만 3억 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음성 AI 서비스가 키보드, 마우스, 터치패드와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술 진보로 AI 시장 급성장
올해 IFA에서 소니가 구글 기술을 채택해 선보인 AI 스피커는 대화 형식의 명령이 가능하다. “미국 대통령의 나이를 알려줘”라고 물으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나이(71세)를 알려 준다. 다시 “그의 아내는”이라고 물으면 멜라니아 트럼프의 나이(47세)를 말해 준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홈’은 하나의 음성 명령어로 복합 기능을 수행한다. “영화 모드”라고 말하면 TV가 켜지고 조명이 어두워지며 커튼이 내려가는 식이다.
AI 서비스를 채택하는 제품과 방식도 다양해졌다. 필립스는 이번 전시회에서 알렉스와 연동된 체온계, 젖병, 홈카메라를 내놨다. “어제 아기 체온은 얼마야”, “아기가 자고 있니”라고 질문하면 적절한 답을 내놓는다. 지멘스와 보쉬가 공동 개발한 AI 비서 ‘마이키’는 빔 프로젝션 기능을 갖춰 음성뿐 아니라 이미지와 동영상까지 보여준다. 보쉬는 과일, 달걀과 같은 먹거리의 부패 정도를 스캔할 수 있는 AI 로봇을 개발 중이라고 공개했다.
엇갈리는 삼성·LG AI 전략
이번 전시회에서 구글과 알렉사의 AI 서비스를 관람객들에게 선보이지 않은 대형 IT 회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자체 개발한 빅스비와 연동된 스마트홈 기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사장)는 지난달 말 간담회에서 향후 음성 AI 전략에 대해 “첫 번째 원칙은 플랫폼을 갖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어떤 회사와도 협력할 수 있게 플랫폼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스비와 같은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는 동시에 구글, 아마존과 같은 경쟁회사들과 협력하겠다는 의미다. 송대현 LG전자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LG전자의 AI 플랫폼 ‘딥씽큐’를 중심으로 AI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라며 “빅스비와 같은 일반적인 AI 음성 서비스는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베를린=좌동욱/이승우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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