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난치병 치료에 배아연구 필수… 강력한 규제는 한국·영국뿐""
한국의 생명윤리법은 난치병과 유전질환 치료에 꼭 필요한 배아 난자 정자 태아에 대한 유전자 교정을 금하고 있다. 이런 강력한 규제는 한국과 영국뿐이다. 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기술은 지난 10여년간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세포치료,미니 장기 생산,동물을 대체하는 신약 독성평가 등 생명과학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 됐다. 국내에서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망막세포로 실명 환자를 치료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과학의 발달 속도를 감안하지 못한채 급히 만든 생명윤리법이다. 나라를 뒤흔든 ‘황우석 가짜 소동’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국내법 때문에 해외로 가서 실험을 하게 되면 다른 나라에 원천기술이 넘어갈 우려가 생긴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도 제한돼 있다. 이렇게 한국의 기술력이 규제에 묶여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경쟁국들은 우리 기술을 활용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불합리를 방치할 수는 없다.
안그래도 바이오 규제가 너무 많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 분야 규제는 1163건에 달한다. 정부는 유전자 치료 등 신산업 분야 규제를 푼다고 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편의점에서 알츠하이머, 파킨슨 병 등 주요 질환 유전자 키트도 살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안된다. 규제 완화와 신기술 연구개발 유도 차원에서 이런 법 규정은 철폐돼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질주하고 있는데 한국은 수년째 생명윤리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천기술의 소유권까지 다 빼앗길까 걱정이다.
○ 반대
인간 배아 실험은 생명윤리 위반… 성급한 규제완화 부작용 커"
최근 인간배아에 대한 한국과 미국 연구팀이 보여준 성과는 과거 기술에 비해 한발 나아간 것임은 분명하다. 특정 성향의 심장병 발병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도록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험실의 성공이 임상의 성공, 환자에 대한 치료를 가능케 해준다고 믿을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생명윤리에 대한 성급한 규제완화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연구만 해도 일종의 ‘원리증명’ 실험에 가깝다. 아직 유전자 편집을 통한 질병의 치료가 가능한 시대로 접어든 것은 아니다. 그나마도 이번 연구의 의미에서 과장이 많다는 과학계의 지적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바이오 의학 분야의 신기술을 실제 생명치료에 적용하는데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다양한 측면의 위험성,장기에 걸친 부작용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잠재 소비자들의 과도한 기대도 부담이 된다. 안전에 안전을 거듭 확인한 뒤에 한발씩 나아가야 한다. 기업간 경쟁이나 국제 경쟁이 빚어질 경우 이런 위험과 부작용은 무시될수 있다.
결국 정부가 법으로 엄격한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외형적 연구 성과와 과장된 의미만 알려지는 초기에는 언론도, 잠재 수요자도 열광하기 쉽다. 이런 들뜬 분위기에서 오래 논의됐던 규제체제가 갑자기 무너진다면 다시 복구하기 어려워진다. 한두 가지 실험의 성공만으로 최소한의 제한선을 없애자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생명윤리법은 줄기세포를 둘러싼 가짜 소동을 거치면서 어렵게 만든 법이다. 소수의 학자나 전문가 위주의 논의를 넘어 사회적 공론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하기
"생명윤리 지키면서 만성 질환자에 희망을 주는 길을 찾아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교정 기술이 일각의 우려대로 지능, 외모까지 원하는 대로 적용된다면 윤리적 문제가 제기될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유전 질환으로 고통받는 무수한 환자들에게 치료 요법으로 적용해보자는 게 현실이다. 다른 첨단 의료 기술과 마찬가지로 질병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절실한 기술 정도로 봐야 한다. 치열한 국제경쟁이 벌어지는 신기술이 2005년에 만들어진 법 때문에 미국에서 실험해야 하고 허가는 일본에서 받아야 한다면 문제다. 규제를 강화한 법 제정으로 첨단 기술에 제동을 거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규제완화,첨단기술 연구에 대한 제도적 지원, 만성 유전질환자에 대한 희망주기라는 측면도 두루 고려돼야 한다. 걸림돌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론이 시급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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