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주의' 고집 꺾은 애플

입력 2017-09-04 19:50   수정 2017-09-05 05:10

인공지능 분야 인재 유치에 사활
개발 내용 블로그에 이례적 공개



[ 김동윤 기자 ] 애플은 그동안 신제품 출시를 준비할 때 극도로 보안을 유지해 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은 미국 중앙정보국(CIA)보다 더 보안이 철저하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런 애플이 인공지능(AI) 분야 인재 유치를 위해 그동안 고수해온 비밀주의 전통을 깨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하드웨어 제품에는 여전히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오는 12일 공개되는 아이폰8과 관련해서도 각종 추측만 난무할 뿐 애플이 공개한 정보는 전무하다. 애플은 그러나 AI 분야에서만큼은 개방주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 7월 애플의 AI 관련 개발 내용을 공개하는 블로그를 개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이 블로그를 통해 사내 AI 관련 연구자가 작성한 논문을 공개하고 있다. 4월에는 애플의 AI 음성비서 ‘시리’ 공동개발자인 톰 그루버가 비영리 강연 사이트 TED에서 강연하는 등 사내 AI 관련 연구자들이 각종 콘퍼런스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WSJ는 애플이 유독 AI 부문에만 이처럼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인재 유치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AI 관련 분야 교수와 박사학위 소지자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거대 인터넷 기업이 앞다퉈 AI 연구에 ‘올인’하고 있어서다.

WSJ는 “AI 분야 연구자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연구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동료 연구자의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연구를 진전시켜나가는 데 익숙하다”며 “기업 연구소에서 활동하는 연구자 대부분이 정기적으로 논문을 발표하거나 연구 내용을 프레젠테이션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글 페이스북에 비해 AI 분야 후발주자인 애플로서는 핵심 인재를 붙잡기 위해 불가피하게 개방주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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