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임플란트는 한번 심으면 평생 간다.’ 이 말은 참일까 거짓일까. 이론상은 참이다. 임플란트 나사를 살에 심는 게 아니라 뼈에 심기 때문이다. 잇몸 깊숙한 부분에 있는 치조골이라는 부위에 심어진 나사가 뼈와 붙는 원리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참이라고 단정짓지 못한다. 질긴 고기를 먹다가, 심지어는 떡을 먹다가도 임플란트 나사가 빠졌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런데 이 말이 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치과 임플란트 회사가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스트라우만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 치과 임플란트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1등 기업이다.
서충석 스트라우만코리아 대표(사진)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트라우만은 63년간 이어져 온 긴 역사를 통해 ‘평생 가는 임플란트’를 증명해 왔다”고 말했다. 수십년 전 스트라우만의 임플란트를 시술받았던 환자들이 아직도 이상 없이 잘 생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시간 지나도 상실률 가장 적어
지난해 스웨덴 사회보험청은 치과 임플란트 상실률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03년부터 9년에 걸쳐 스웨덴에 있는 800개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환자 2765명을 대상으로 상실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스트라우만의 임플란트가 상실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왔다. 시술 후 9년이 지났을 때 상실률은 0.5%였다. 타사 제품과의 격차는 컸다. 시술 이후 9년을 기준으로 환자들의 상실률은 최대 58배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플란트를 심은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임플란트 주위염 발생 비율도 최대 8배 가량 차이가 났다. 서 대표는 “스트라우만이 자체적으로 추적해 온 임상데이터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오지만 정부기관이 주도해 내놓은 연구결과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평생 가는 임플란트의 비결은 무엇일까. 서 대표는 앞선 기술력을 꼽았다. 그는 “지금은 많은 다른 업체들이 모방하고 있는 ‘SLA 표면 처리 방식’은 스트라우만이 1997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라며 “이때 개발한 모델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베스트셀러”라고 했다. SLA는 임플란트 나사가 뼈와 잘 융합되도록 나사 표면을 까끌까끌하게 갈고 산화 처리해 표면적을 넓히는 방식이다. 표면적이 넓어진 만큼 뼈와 융합이 잘 된다는 게 장점이다.
새로운 제품 개발은 계속됐다. 2005년에는 SLA보다 친수성을 높인 모델 ‘SLActive’를 시장에 내놨다. SLA보다 임플란트 나사가 뼈와 융합되는 시간을 절반가량 줄였다. 서 대표는 “임플란트의 상실률을 결정하는 것은 심었을 때 얼마나 빨리 뼈와 융합하는가에 달려 있다”며 “SLActive는 기존의 SLA보다 상실률이 낮다”고 강조했다. 2009년에는 티타늄보다 80% 더 강한 록솔리드 소재로 만든 임플란트도 개발했다. 서 대표는 “강도가 더해졌기 때문에 티타늄 임플란트보다 더 얇게 만들 수 있어 이전에는 공간이 좁아 시술할 수 없던 부위에도 시술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고전
전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스트라우만이지만 국내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대에 그친다. 국내 치과 임플란트 시장은 국산 업체들이 꽉 잡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덴티움, 디오, 네오바이오텍 등 국내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90%가량을 차지한다. 국내 업체들이 처음부터 시장을 장악했던 건 아니다. 국내에서 치과 임플란트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1990년대에는 스트라우만, 노벨바이오케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류였다.
그러다 2000년대부터 국내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서 대표는 “국내 업체들이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과 가격경쟁력으로 약진하면서 국내 임플란트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졌다”고 말했다. 가격은 외국산의 절반가량으로 유지하면서 무상으로 치과의사들에게 임플란트 시술법을 교육하고 치과의원 중심으로 풀뿌리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국내 업체들의 전략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스트라우만의 몫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서 대표는 “국내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일 뿐, 스트라우만코리아도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꾸준히 매출을 늘려왔다”고 강조했다. 국산 임플란트가 외국산 임플란트를 대체했다기보다, 새로운 시장 자체를 개척했다는 설명이다.
◆“프리미엄 수요 늘어날 것”
스트라우만코리아의 발걸음에는 조급함이 엿보이지 않는다. 서 대표는 “고난이도 시술을 해야 하거나, 시술받았던 곳에 문제가 생겨 찾는 대학병원에서는 스트라우만 제품을 많이 찾는다”며 “그만큼 높은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트라우만코리아는 보급형 제품 개발보다는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철저한 품질관리에 신경을 쓴다는 전략이다. 그는 “다른 외국산 임플란트 업체들은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유일하게 스트라우만은 늘어났다”며 “이전에는 외국산 임플란트 중 점유율이 25% 정도였지만 지금은 70%”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방향이 국내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유효하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스트라우만이 국내 업체와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까. 보험 적용 등으로 임플란트 시술 가격이 많이 내리면서 스트라우만 제품과 국산 임플란트 제품의 가격차가 좁혀진 것은 호재다. 병원마다 편차가 있지만 100만원 이상이었던 가격 차가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평균 30~40만원까지 좁혀졌다. 품질에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가격차가 줄어들면 스트라우만의 매력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게 스트라우만의 전망이다. 실제로 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한 2015년부터 매출은 해마다 10% 이상 증가해 왔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매출액 30%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치과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정책으로 환자의 본인부담율이 줄어들면서 스트라우만의 시장 확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 대표는 "여태까지 스트라우만의 주요 타겟 소비층은 선진국 시장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으로도 마케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시장은 인구당 치과 임플란트 시술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지만, 프리미엄 임플란트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아직 있는 만큼 앞으로 한국 시장도 중점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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