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기술이 융합한 공연…어디까지 상상해보셨어요?

입력 2017-09-05 18:08  



(마지혜 문화부 기자) 공연장에 들어서면 초대장을 받게 됩니다. ‘새로운 마법의 공간이 탄생했다’는 소식입니다. 5일 서울 청량리동에 개관한 ‘콘텐츠시연장’ 안에 있는 콘텐츠 시연무대 ‘스테이지66’에서 6일 초연되는 공연 ‘데이 드림(Day Dream)’은 그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정입니다.

동화 속 같은 공간에서 정령으로 나온 무용수들이 관객을 맞이합니다. 관객은 현실과 꿈의 경계인 듯한 미지의 길, 동굴과 숲이 공존하는 공간, 깊은 동굴 속 틈 사이로 빛이 감도는 신비로운 공간 등을 지나게 됩니다. 형체와 소리가 왜곡돼 다른 차원의 세상에 온 기분이 듭니다. 빛의 간섭을 이용해 독특한 상을 만들어내는 홀로그래픽, 바이오테크 등의 기술이 새로운 감각을 깨웁니다.

‘데이 드림’은 현대무용과 증강현실(AR), 바이오기술(BT), 홀로그램 기술 등을 결합해 만든 다감각 체험 공연입니다. ‘다감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이 공연이 일반적인 공연이 자극하는 시각과 청각 뿐만 아니라 촉각과 미각까지 동원하게 하는 공연이기 때문입니다. 이 공연은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합니다. 모양은 담뱃잎으로 감싸 만든 시가처럼 생겼는데 먹어보면 맛있는 버터입니다. ‘과학으로 만든 음식’이라고 불리는 분자요리입니다. 분자요리란 음식의 질감과 요리과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롭게 변형하거나 완전히 다른 형태의 음식으로 만든 걸 뜻합니다.

첨단기술이 문화예술 콘텐츠 창작계에도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음악, 미술, 공연, 만화, 게임 등 이제까지의 문화예술 콘텐츠들이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융합하거나 기존의 양식을 타파하고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는 기술적 도구들이 생겨난 것이지요. 하지만 문화예술 콘텐츠 창작자들이 이런 기술을 접하고 자신의 작품에 이리저리 접목해보는 ‘실험’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장비도 공간도, 전문인력도 돈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문화예술과 첨단기술 융복합 콘텐츠의 기획과 창작을 지원하고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시연장’을 지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콘텐츠시연장은 지하 2층 지상 2층 연면적 2700㎡인 문화산업진흥시설입니다. 기술 시연과 무대 실험 등을 할 수 있는 극장 형태의 공간 ‘스테이지66’과 프로젝트 시연, 첨단 전시 등이 가능한 ‘박스66’, 문화예술콘텐츠 기업을 위한 입주 공간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콘텐츠진흥원은 앞으로 이 곳에서 ▲드론과 오케스트라 ▲로봇을 활용한 공연 ▲홀로그램쇼 등 융복합 콘텐츠 기술시연과 무대실험, 쇼케이스 등을 열 계획입니다. 앞서 소개한 다감각 체험 공연 ‘데이 드림’은 이 시연장의 개관 기념 기획공연입니다.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경험디자인기업 ‘라디칼’의 대표 장승주가 총감독을 맡아 진행합니다. 6일 단 하루만 공연합니다.

그림 그리는 로봇을 볼 수 있는 시연 프로젝트 ‘드로잉 로봇’은 15일까지 선보입니다. 터치펜을 붙인 로봇 팔이 마치 사람이 노트에 그림을 그리듯이 태블릿에 스케치 이미지를 그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이나 웹캠 이미지를 자체 개발한 이미지 처리 기술을 통해 드로잉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하고, 이를 로봇이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원리라고 합니다. 콘진원은 개관식 행사와 별개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기획 강좌와 청소년을 위한 콘텐츠 체험 프로그램도 이곳에서 운영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장르나 형식이 나오면 특징을 잡아 이름표를 딱 붙이고 명확한 정의를 내리길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이런 ‘융복합 콘텐츠’는 모호하고 낯설기도 합니다. 김일중 콘텐츠진흥원 교육사업본부 아카데미운영팀장은 “융복합 콘텐츠라는 단어는 이미 참 많이 나온 말이지만 아직도 정의할 수 없는 미래의 콘텐츠”라고 했습니다. 그는 “한 장르와 다른 장르가 결합하거나 특정 장르에 새로운 기술이 결합하는 등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고 아직도 나타나지 않은 콘텐츠들이 있다”며 “바로 그걸 발굴해서 육성하는 것이 이 시연장의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박경자 교육사업본부장은 “콘텐츠시연장은 단순한 건물이 아닌 시스템”이라며 “기존에 없던 장르를 만들어내고 그런 작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문화예술 콘텐츠와 첨단기술 간 경계가 사라지는 융복합이야말로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여는 새 열쇠가 될 것”이라며 “시연장이라는 이름처럼 첨단 공연, 뉴미디어 전시와 같은 실험적인 콘텐츠들이 탄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이 곳이 이제껏 없던,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기에 아직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미지의 콘텐츠’들을 현실에 불러올 산실이 될지 주목됩니다. (끝) /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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