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에 오른 예산 수시배정 제도

입력 2017-09-0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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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예산 배정받은 사업도 제대로 집행 안돼

"부처·지자체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 비판도



[ 임도원 기자 ] 예산 수시배정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수시배정은 국회에서 예산이 확정됐더라도 사업계획이 미비하거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기획재정부가 예산배정을 보류하도록 한 제도다. 보류된 예산은 기재부가 사업계획 수립 등 요건을 충족했는지를 확인·승인해야만 배정이 된다.

하지만 기재부가 사업계획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수시배정 예산 집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길들이기’ 수단으로 수시배정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5일 국회와 기재부에 따르면 2016년도에 수시배정 사업으로 지정된 173개 가운데 13.2%에 해당하는 23개 사업은 예산 배정액 대비 집행률이 50% 미만이었다. 기재부가 사업계획이 실현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보류된 예산 집행을 승인했지만 열 개 중 한 개 사업엔 절반도 예산이 쓰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23개 사업 중 8개는 예산 집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재부가 연내 집행가능성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예산 집행을 승인해 준 수시배정 사업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기재부가 수시배정 제도를 정부 부처나 지자체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재부가 재원 분담을 거부하는 지자체 등의 사업을 일단 수시배정 사업으로 지정한 뒤 예산 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재부는 김해 초정~부산 화명, 화명~양산, 서울 동부간선 등 3개 광역도로 사업에 대해 수시배정 사업으로 지정해 “총사업비 2000억원(국비 1000억원) 초과금액의 25% 범위 안에서 국비를 지원하겠다”며 예산 집행을 늦추고 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기재부가 법상 국고보조비율을 위반해 과도한 지방비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까지 수시배정 사업으로 지정된 사업은 총 173개에 달하고 대상 금액은 4조4398억원이다. ‘구체적인 사업계획 마련 필요’를 이유로 선정된 사업이 66개로 가장 많았고 ‘지방비, 민자 확보 등 원활한 사업을 위한 점검 필요’가 14개,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법규 미충족’이 11개, ‘법령 제·개정 등 규정 마련 필요’가 10개였다.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예산 수시배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수시배정이 부처 길들이기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수시배정을 할 필요가 없는 사업들이 있는지 꼼꼼히 보고 꼭 필요한 것만 적용하겠다”고 답변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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