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적인 가전 박람회인 'IFA 2017'이 6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세계 50여개국 1600여 업체가 참여했고, 관람객만 25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번 박람회를 삼성전자 입장에서 정리해 보자면 '삼성인 것'과 '삼성이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빅스비, QLED, HDR10+, 퀵드라이브 등이 대표적이었다. 구글과 아마존이 스마트홈을 쥐고 흔드는 틈바구니에서 '빅스비'를 외쳤고, 올레드(OLED)가 진영을 확장하는 와중에 QLED의 장점을 어필하는 한편, 삼성의 화질기준인 HDR10+를 알리기 위한 포럼도 열었다.
삼성은 그렇게 독자적인 기술과 경쟁력으로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고 있었다. 전시회에 내걸은 '뉴노멀'도 이러한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누구에게는 새로운 것이지만, 이를 익숙하고 평범하게 '노멀화'하는 것. 그것이 삼성이 가는 방향이고 그들의 생태계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이미 삼성은 2년 전 냉장고에 스크린을 달고 '패밀리허브'라는 스마트홈 개념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에는 "뭐지?"하는 반응이었지만, 올해에는 대부분 기업들이 스마트홈을 들고 나왔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냉장고를 비롯해 와인냉장고까지 스크린을 달고 나왔다.
삼성전자의 부스는 IFA에서 최대 규모로 꾸며졌다. 행사장 한쪽 끝 개별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보니 다른 부스를 들렀다 가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관람객들은 셔틀버스를 타거나 개별차량을 이용해 삼성전자로 향했다. 어린이부터 학생, 직장인, 아기를 데리고 온 부모들까지 전시장 안팎에서는 '새로운 삼성'을 보려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세계 각국 기자들과 블로거, 유튜버들은 삼성전자 부스 곳곳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댔다. 관람객들이 제품 체험을 위해 줄을 서는 일은 다반사였다. 새로 나온 삼성의 제품을 살피면서 생소하지만 또다른 평범함이 될 모습을 중계하기 바빴다.
삼성의 현재를 궁금해하고 앞다퉈 살피려는 분위기 속에서 미래를 얘기해야 하는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의 '무섭고 두렵다'는 표현은 충격에 가까웠다. 얘기를 이어가는 동안 임원들과 직원들도 침통한 분위기가 이를 대신하는 듯 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이름표 끈을 매달고 있는 직원들은 전시장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기자가 전시기간 동안 가장 많이 본 직원을 꼽으라면 단연 '삼성전자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최대 부스를 차리기 위해 동원되거나 독자 생태계의 우월함을 뽐내려는 이들이 아니었다.
2~3명이 함께 다니며 "여기는 이 기능을 이렇게 넣었네?", "그러네, 이러면 터치가 한번 더 들어가는데…" 등 브레인스토밍을 연상케하는 토론을 시도때도 없이 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독일 가전업체에서 일본 가전업체, 심지어 조그마한 액세서리를 만드는 유럽 업체까지 들러서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직원들은 그렇게 생존을 위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준비하는 새로운 미래를 믿고 지지해줄 수장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
베를린을 떠나오면서 베를린 대성당과 주변에 붙은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의 그림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마틴 루터가 1517년 10월 종교개혁의 시발점이 되는 라틴어로 된 <95개조 의견서>를 내걸은 지 400주년을 기념하는 내용이었다. 각종 행사를 알리는 글들이 빼곡했다.
그는 돈으로 면죄부를 샀던 당시 종교계를 '믿음'이라는 본질에 충실하자며 주장한 인물이었다. 마틴 루터만 그런 생각을 해서 개혁을 주장한 건 아니었다. 모두가 공감을 하지만 직접 총대를 메고 의견서를 내걸은 이가 그였다.
대성당의 또다른 쪽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의 홍보포스터와 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400년 전과는 물론 상황이 다르지만 4차 산업혁명이 코앞인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행동을 이끌어낼 리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IFA 2017'이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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