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주춤할 때 '펀드 바구니'에 더 담자"…주식 비중 사상 최대로 늘린 펀드매니저들

입력 2017-09-06 18:20   수정 2017-09-07 07:06

국내 주식형 공모·사모펀드, 지난달 주식으로 자산 95% 채워
현금성 자산인 예금은 줄여
주가상승에 베팅하는 ETF와 삼성전자 등 IT업종 순매수



[ 나수지 기자 ] 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지난달에 국내 펀드매니저들은 주식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공모 및 사모 주식형펀드는 각각 주식 비중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거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펀드매니저들이 지난달 증시 약세를 일시적인 조정으로 판단하고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 더 담은 펀드매니저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펀드 내 주식 비중은 95.11%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전달(94.39%)보다 0.72%포인트 늘었다. 작년 초 92%대였던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내 주식 비중은 증시 상승세가 시작된 작년 중반부터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펀드 내 주식 비중은 93~94% 사이를 오갔다. 95%를 넘은 건 지난달이 처음이다.

사모펀드 매니저들도 주식 비중을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국내 주식형 사모펀드 내 주식 비중은 95.06%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지난 6월(95.07%)과 비슷해졌다. 7월(94.24%)과 비교하면 0.82%포인트 늘었다.

펀드매니저들은 주식을 더 담은 대신 펀드 내 현금성 자산인 예금 비중은 줄였다. 공모 주식형펀드 내 예금 비중은 지난 7월 1.8%에서 지난달 1.44%로 0.36%포인트 감소했다. 사모펀드 내 예금 비중은 지난 7월보다 0.38%포인트 줄어든 2.1%로 낮아졌다.

8월 한 달간 코스피지수는 1.64% 하락했다. 북핵 리스크가 부각된 지난달 3일과 11일에는 코스피지수가 각각 1.68%, 1.69% 내리는 등 시장이 출렁거렸다. 오온수 KB증권 멀티에셋전략팀장은 “지난달 주식형펀드에는 2700억원가량이 순유입됐다”며 “펀드에 돈이 들어올 때 현금 비중이 줄고 주식 비중이 늘어난 것은 펀드매니저들이 시장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북핵 리스크가 증시 발목을 잡았지만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훼손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매니저들이 주식 비중을 늘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주식 샀나

공모와 사모펀드 매니저들은 지난달 공통으로 정보기술(IT)업종과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였다. 지난달 공모와 사모펀드가 순매수한 유가증권시장 종목 상위 10개 안에 동시에 포함된 종목은 4개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KODEX레버리지다.

사모펀드는 지난달 삼성전자(981억원 순매수)를 가장 많이 샀다. SK하이닉스(522억원) 한화생명(273억원) LG전자(231억원)가 뒤를 이었다.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할 때 사는 KODEX 레버리지(154억원)도 담았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레버리지는 수익률이 통상 코스피 200지수 하루 등락폭의 두 배 수준에서 결정되는 ETF다.

공모펀드 매니저들 역시 시장 상승 가능성을 높게 봤다. 공모펀드의 매매현황을 나타내는 투신(자산운용) 계정에서 지난달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3712억원)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1498억원)이 뒤를 이었다. 두 종목 모두 코스피 200지수의 하루 변동폭만큼을 추종하는 ETF다. 삼성전자(1078억원) SK하이닉스(497억원) LG전자(479억원) 등 IT주도 많이 샀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바이오와 반도체 관련 기업을 주로 사들였다.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는 셀트리온을 각각 229억원, 482억원어치 순매수해 코스닥시장 종목 중 가장 많이 샀다. 반도체 소재·부품주와 장비주 선호도 두드러졌다. 공모 펀드는 지난달 SK머티리얼즈(195억원) 서울반도체(114억원) 이녹스첨단소재(83억원) 비에이치(61억원) 등을 주로 담았다. 사모펀드는 동진쎄미켐(58억원) 주성엔지니어링(56억원) 이엔에프테크놀로지(41억원) 등을 샀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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