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본질적인 이유를 아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시스코의 창립자인 존 체임버스는 세계 최고 기업인 포천 500대 기업 중 약 200개가 10년 안에 없어질 것이라고 예단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의 진정한 본질은 ‘융합’과 ‘공유’라는 두 가지 단어로 요약된다. 흔히 사람들은 그 융합을 ‘기술의 융합’으로 이해한다. 지극히 표피적인 이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이 아니라 ‘세계’의 융합이다. 크게 네 가지다. 우선 ‘인간 세계’와 ‘기계 세계’의 융합이다. 이미 인간과 로봇이 감정적으로 교류하고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직접 연결돼 생각만으로 현실이 바뀌는 시대가 오고 있다. 둘째 ‘현실’과 ‘가상’ 세계의 융합이다. 머지않아 인간은 현실 세계만큼 가상 세계를 진지하게 살게 될 것이다. 셋째 공학과 생물학의 융합이다. 유전자 조작은 물론 인간의 간을 3차원(3D) 프린터로 만드는 시대가 임박했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세계’와 ‘비조직의 세계’도 융합된다. 거대한 조직이 오히려 보잘것없는 조직을 이겨내지 못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얘기다.
마지막 융합이 당장 기업에 큰 의미를 지닌다. 카카오뱅크는 몇 만 명의 직원을 둔 거대 은행에 비하면 조직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당당한 경쟁자가 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서 4차 산업혁명의 두 번째 특성, 즉 ‘공유’라는 단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공유를 쉬운 말로 하면 ‘공짜’다. 기술 및 자산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렇다. 플랫폼만 잘 구축하면 수만 명의 사람을 거의 공짜로 쓸 수 있다. 수천 명의 디자이너를 고용한 GM은 불과 100여 명의 직원이 플랫폼을 써서 3만여 명의 디자이너를 활용하는 ‘로컬모터스’라는 신생 기업과 경쟁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사람 기술 아이디어 돈 실험실 공장 등 무엇이든 거의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공유경제의 특징이다. 무한 컴퓨팅과 클라우드 소싱, 크라우드 펀딩, 커뮤니티, 테크 숍, 무료 알고리즘, 인터페이스 기술, 소셜 미디어 등이 공유 경제의 요소다.
거의 아무 조직도 없는 수많은 신생 기업이 대기업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엔 불타는 열정이 있다.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이런 기업들을 ‘기하급수 기업’이라고 부른다.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산술급수 기업’과 달리 일정 시간과 조건이 맞물리면 성장세가 폭발하는 기업을 말한다.
대기업이라고 폼 잡고 있을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열정을 품고 달려드는 수많은 기하급수 기업을 두려워해야 한다. 이제 누구나 대기업과 한판 붙을 수 있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 품고 있는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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