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광화문은 뜨거웠다. 광우병 파동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국민의 바람이 촛불과 함께 타올랐던 해다.
이후 2011년 대법원에서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일부 사실과 다르다는 판결이 났다. 많은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은 인간광우병 또한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필자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서 참으로 어렵고 무거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온갖 선전·선동이 난무했다. 우려와 걱정도 만연했다.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촛불을 보며 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그중 한 가지가 원산지 표시제였다.
원산지 표시제 간담회를 하기 위해 대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방문한 날이었다. 대전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문을 막고 있었다. 필자는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문으로 향했다. 시위대가 야유를 보내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입고 있던 양복은 찢어지고 안경알도 깨졌다. 엉망이 된 몰골로 정문을 통과해 곧바로 회의를 진행했다. 원산지 표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계기관에 유기적 협조를 간곡히 요청했다.
회의가 끝나고도 시위대는 여전했다. 필자는 경찰을 통해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렇게 정문에서 다시 시위대를 마주했다. 숨거나 피하고 싶지 않았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싶었다. 협상에 임한 정부의 입장과 진행 과정을 사실 그대로 설명했다. 국민에게 미리 좀 더 상세히 이해를 구하지 못한 점도 사과했다. 국민 건강과 식탁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도 이야기했다.
그렇게 대화가 끝나갈 즈음 한 아이가 작은 손을 내밀며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달걀이었다. 가슴이 찡했다. 그동안 겪은 모멸감이 치유되는 것 같았다. 달걀을 조심스레 건네고 돌아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한 다짐이 있다. ‘아이야, 너의 건강을 반드시 지켜주마!’
달걀을 받으며 그렇게 약속했는데 최근 ‘살충제 달걀’ 사태가 벌어지며 우리 국민의,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이는 농장 관리는 농식품부, 유통과 안전관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라는 이원화된 시스템이 불러온 사고다.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농장에서 식탁까지 식품관리체계의 책임 있는 일원화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먹는 것만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운천 < 바른정당 최고위원 gbs2008@hanmail.net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