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안하고 선진국은 너무 올라…러시아 등 신흥국 펀드에 '뭉칫돈'

입력 2017-09-06 19:09   수정 2017-09-07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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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몰리는 신흥국 채권·펀드

덜 오른 신흥국 자산 선호
경기회복세 신흥국 확산…원자재가격 강세 겹쳐
중국·중남미·신흥유럽 펀드 3개월 수익률 10% 넘어
환율 변동성은 주의해야



[ 최만수 기자 ] ‘한국 주식시장은 불안하고 선진국 자산은 이미 많이 올랐고….’

대안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신흥국 채권과 펀드로 몰리고 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5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브라질 채권과 베트남 인도 펀드에는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이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고 원자재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신흥국 펀드와 채권 투자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브라질 펀드 3개월 수익률 19%

신흥국 펀드의 인기는 높은 수익률 덕분이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 중국 등에 투자하는 주요 신흥국 펀드는 최근 3개월간 10%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국가 및 지역별 수익률은 브라질(19.1%) 중국(15.3%) 동유럽(8.9%) 러시아(7.6%) 베트남(5.8%) 인도(4.7%) 아시아태평양(4.5%) 순이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같은 기간 2.1%의 손실을 냈다. 북미(1.5%) 서유럽(-0.6%) 일본(-2.0%) 등 선진국 펀드의 수익률도 부진했다. 국내 증시가 북핵 위협에 발목이 잡혀 조정을 받는 동안 신흥국 증시는 ‘고공행진’한 결과다.

이은택 KB증권 글로벌주식전략팀장은 “올 상반기 한국과 일본 등에서 높은 수익을 올렸던 글로벌 자금이 차익을 실현한 뒤 남미와 러시아 등 신흥국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위험 탓에 아시아 정세가 불안해졌지만 여전히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신흥국 자산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증시의 랠리는 원자재값 상승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증시의 보베스파지수(BOVESPA)는 최근 석 달 새 15.5% 올랐다. 철광석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브라질 증시 시가총액의 약 25%를 차지하는 발레SA(철광석 생산·가공업체) 주가가 급등한 덕분이다. 러시아 증시는 원유와 천연가스값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신흥국 펀드 중 국내 투자자가 가장 선호하는 상품은 인도와 베트남 펀드다. 올 들어 각각 2527억원, 1404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중국을 떠나 베트남과 인도로 이동하고 있는 데다 양국 정부가 시장 친화적 정책을 내놓으면서 투자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채권 판매 사상 최대

브라질 채권의 인기도 여전히 뜨겁다. 70%에 달했던 지난해 수익률에는 못 미치지만 올해도 약 1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브라질 국채 판매액은 약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판매액(9216억원)의 세 배가 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최근 달러 약세도 브라질 채권 등 신흥국 자산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가면서 환차익으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7월 초 헤알당 350원에서 이날 363원으로 약 3.7% 올랐다.

멕시코 러시아 인도 등 다른 신흥국 채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경제지표가 꾸준히 개선되면서 투자심리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인하(채권 가격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브라질과 러시아를 비롯해 멕시코 인도 등의 채권도 투자 대상으로 유망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채권이 ‘고수익·고위험’ 상품인 만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외에도 환 변동성과 정치상황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브라질 채권은 지난 5월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맞자 원·헤알화 가치와 채권 가격이 동반 급락하면서 하루 만에 투자 수익률이 17%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오온수 KB증권 멀티에셋전략 팀장은 “신흥국들은 대외 부채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높고 환율 변동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익률이 단기에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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