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도 새 기술 공부해 디지털 변화 적응해야
대기업은 장기적 혁신, 중기는 단기 전략 바람직
[ 박근태 기자 ]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뒤흔드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독일 정부가 2012년 내놓은 제조업 혁신 전략인 ‘인더스트리 4.0’에서 출발했다. 인더스트리 4.0은 공장 기기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해 무인화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작업 방식과 속도를 조절하는 똑똑한 공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 회장(70·사진)은 6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독일이 추진해온 인더스트리 4.0의 가장 큰 성과는 사회 모든 구성원이 제조업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한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은 정부와 기업, 노조가 모두 머리를 맞대야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SAP 회장을 지낸 카거만 회장은 지난 4일 열린 ‘한·독 공학한림원 공동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독일판 4차 산업혁명인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처음 발의하고 5년 넘게 산업계와 사회로 확산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지금은 기업이 주도하던 인더스트리 4.0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정부와 노동계를 아우르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카거만 회장은 “독일에서도 처음에는 공장 자동화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는 부정 여론이 많았다”면서도 “기업과 노동계가 합의하고 정부가 지원하면서 인더스트리 4.0으로 불리는 제조업 혁신이 일자리를 앗아간다고 보는 사람은 더는 없다”고 말했다.
카거만 회장은 기업과 노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는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추진하면서 처음부터 사용자 단체뿐 아니라 독일노총(DGB) 등 노동계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카거만 회장은 “제조업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래 일자리와 노동 환경은 극심한 변화를 맞을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사라지고 등장할 직업에 대한 예측과 근로자가 새롭게 습득할 지식이 무엇인지 노동계 아이디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카거만 회장은 정부의 교육정책도 필요하지만 기업들이 근로자의 재교육 문제를 주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거만 회장은 “대기업들의 역할은 대표적인 제조분야 혁신 두세 가지에 집중해 결과를 냄으로써 온전한 성공 사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은 투자와 채용을 민첩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결과물이나 투자 수익을 빨리 회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카거만 회장은 앞서 지난 4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양국 간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한국은 비록 시작이 늦지만 다른 나라보다 이른 시간에 자원을 집중 투입할 수 있고 제조업에 집중한 독일보다 다양한 분야에 계획을 갖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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