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련 < SK증권 연구원 sally.kim@sk.com >
‘8·2 부동산 대책’ 이후 건설주가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 소식 역시 건설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현 건설업종 주가는 자산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눌려 있는 모습이다. 건설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까지 떨어졌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형 건설주는 더 처참하다. 현대건설이 0.6배, 대림산업 0.6배, GS건설 0.5배 등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수주, 부동산 가격, 유가를 종합해 만든 건설업 인디케이터와 대형 건설사 시가총액을 비교해보면 업황은 바닥을 다지고 있는 반면 시가총액은 고꾸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정부의 8·2 대책이 발표되기 전인 7월부터 건설주를 조금씩 팔고 있다. 주택과 기반시설 규제 속에서 건설사들의 국내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원인이다. 그나마 미리 확보해 놓은 재개발·재건축 수주 잔액으로 향후 몇 년간 대형 건설사의 먹거리는 확보된 상태다. 문제는 그 잔액을 소진한 이후 건설주들의 성장성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건설주 이익은 앞으로 2년여간 커지다 2020년부터 실적이 저하되며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건설사들의 영업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공급자인 건설사들이 설계·시공 능력 이외에 금융 조달 역량까지 보여줘야만 수주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시장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이 수주한 개포 주공 1단지 재건축 공사 수주 경쟁이 대표적 예다.
다만 부동산시장 흐름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강남 3구 주택 가격은 이미 떨어지는 모습이지만 큰 폭의 가격 붕괴 가능성은 크지 않다. 8·2 대책 이후에도 서울의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률은 30 대 1을 넘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됐지만 실수요자는 여전히 집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증가세가 둔화되고 거래량은 감소하는 이른바 ‘수축 국면’이 현 정권 내에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하반기엔 전국적으로 사상 최대 입주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고되면서 주택 거래량도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8·2 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에 대한 우려는 이미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판단이다.
해외 수주를 살펴보면 지난 오만 두쿰 정유 플랜트 수주 이전부터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누계액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약 10% 높은 상황이다. 수주 흐름이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주요 발주처인 중동의 건설 투자 예산집행 금액은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다. 인도, 중국 등에 시장점유율을 뺏겼지만 발주 금액 자체가 워낙 커지다 보니 올해 절대 수주 금액은 5년 만에 상승 반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좋은 수주 흐름에 대한 기대감으로 건설주가 상승했던 것처럼 수주 확대는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건설사의 수주 호황기였던 2009~2012년 중동 국가들이 집행한 공사종류(공종)별 예산 비중은 생산기반시설, 정유, 화학 순으로 높았다. 이는 국내 건설사의 주요 수주 공종 비중과 일치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 확대 기조를 생각하면 향후 사우디에서의 생산기반시설(인프라) 공사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 시설 부문 수주 비중이 확대되고 화학 부문 시설의 소폭 증가도 예상되면서 내년 건설사들의 수주 확대 전망이 밝은 편이다.
건설 발주처인 주요 에너지 회사들의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설비투자 추이를 살펴봐도 건설사들의 수주 기대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에너지 기업의 EBITDA는 계속 커지고 있다. 반면 설비투자 추정치는 계속 낮은 상태다. 에너지 기업들은 확대된 EBITDA를 충분히 즐긴 뒤 설비투자에 나서겠다는 분위기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현 시점은 건설주를 최저가 매수하기 좋은 구간이라고 판단된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실물 데이터가 안정화되고 해외 수주 소식이 들려오기 전에 건설주에 대한 매수 확대를 추천한다.
김세련 < SK증권 연구원 sally.kim@sk.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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