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4분기에만 서울과 경남 창원에서 대규모 R&D센터를 잇달아 개관한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LG사이언스파크'와 경남 창원의 '창원R&D센터'가 그것이다. 두 곳 모두 2015년에 착공해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경영진들은 바빠졌다. 구본무 LG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사장들이 이틀 연속 현장을 챙기고 있다. 구 회장은 전날 LG사이언스파크의 건설 현장을 점검했다. 7일에는 LG 최고 경영진이 공동 개발 등을 통해 장비 국산화 성과를 창출한 1·2·3차 협력회사를 잇달아 방문했다. 구본준 LG 부회장, 하현회 LG 사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안승권 LG전자 CTO 사장, 유진녕 LG화학 CTO 사장 등이 나섰다.
겉으로만 본다면 거의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놓으러 가는 정도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공장이 아닌 'R&D 센터'다. 다시말해 그 오랜 시간동안 '시작'을 준비한 셈이다. 이유는 두 말할 것 없다. 전쟁 준비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승리와 패권을 쥐기 위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IFA 2017'에서도 확인된 바다.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힘은 전투중 전략이나 전술도 있지만 이전에 '준비'와 '기술'에도 있다. 전쟁의 역사에서도 이러한 결과를 알 수 있다. 임진왜란 발발 1년 2개월전 부임한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거북선을 건조했다. 16세기 유럽의 강호 스페인과의 전쟁을 앞둔 영국은 기존의 청동대포 대신 새로운 기술로 주철대포를 만들었다. 조선수군은 왜군을 훌륭하게 막아냈고, 옛 것만을 고수하던 스페인은 영국과의 전쟁 이후 급속히 쇠퇴했다.
경영환경은 언제나 편할 날이 없었다. 2년 여전 LG가 R&D센터들을 착공할 때로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였다. LG의 대표 기업인 LG전자만 따져봐도 그렇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MC사업본부는 2015년부터 적자가 시작됐고, 올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당시 전장사업인 VC사업본부는 걸음마 단계였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QLED를 TV 디스플레이로 선택하면서 LG전자와 노선이 갈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동시에 '트윈워시'라는 세탁기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의 '슬림' 버전을 내놓은 것도 이 시기였다.
시련과 변화, 자그마한 성과들 사이에서 미래를 준비한다고 '몇 조 투자'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LG는 결단했고 '준비'가 마무리되고 있다.
4조원이 투자된 LG사이언스파크는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8개 계열사의 연구 인력이 입주할 예정이다. 다양한 계열사들이 모이는 만큼 융복합 R&D단지가 될 전망이다. 2020년 최종 완공 후에는 LG 계열사 연구인력 2만2000여명이 근무하게 된다.
투자금액 만큼이나 규모도 매머드급이다. LG사이언스파크는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약 5만3000평) 부지에 연면적 111만여㎡(약 33만5000평) 규모로 연구시설 16개 동이 들어선다. 서울에서 가장 큰 R&D센터이자 '브레인 허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창원 또한 뒤지지 않는다. 이달말 완공되는 '창원R&D센터’는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연구시설로는 가장 크며 연구원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LG전자의 가전사업을 하는 H&A사업본부의 연구인력이 모이게 된다. 연면적 5만1810㎡에 지상 20층, 지하 2층 규모다.
정부가 내년부터 대기업을 대상으로 R&D·설비투자 관련 세액공제 혜택을 줄인다는 카드가 달갑지 않은 것도 '준비'의 의미가 퇴색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대기업 부설연구소에서 발생한 인건비·재료비 등 일반 R&D비용의 ‘당기분’ 세액공제율은 올해까지는 1~3%이지만 내년부터 0~2%로 낮아진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기업의 R&D 비용 세액공제율은 이전에는 3~6%였으나 2015년 현재의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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