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이냐 자강이냐 '갈림길'
이혜훈 낙마로 자강론 타격 불가피
급격한 정계 개편 가능성은 낮아
관심 쏠리는 김무성·유승민 행보
김무성 "비대위원장 하지 않겠다"
유승민 "생각해본 적 없다" 일축
비대위 구성·조기 전대 개최 등 다음주 지도부 재건 대책 결정
[ 박종필 기자 ]
금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7일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바른정당이 보수의 중심이 되겠다는 ‘자강론’을 내세워 당대표에 뽑힌 지 74일 만의 ‘낙마’다. 자강론이 사그라진 자리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과의 연대와 합당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바른정당발(發) 정계 개편 시나리오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 전체회의에서 “사려 깊지 못했던 저의 불찰로 많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당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공식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어려울 때 대표직을 떠나게 돼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다만 모든 진실과 결백을 검찰에서 떳떳하게 밝힐 것이며, 바른정당이 개혁보수의 길을 굳건히 갈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업가 옥모씨로부터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현금과 명품 가방 등 6000만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강론을 고수해 온 이 대표의 사퇴로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통합론’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당내에서는 자강 회의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강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친박(친박근혜) 청산 등을 조건으로 한국당과 통합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보수 통합은 시간 문제이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며 “이 대표 사퇴로 자강론이 동력을 잃게 되면 통합 논의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에선 국민의당과 연대론도 나온다. 이 때문에 바른정당이 어느 한 정당과 당 대 당 통합을 하기보다는 두세 갈래로 분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이 대표 사퇴와 관련, “잘 수습하기 바란다”면서도 “국민의당은 중도 통합의 중심이 되겠다는 각오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고 뜻에 동참하는 많은 분들의 힘을 합치는 것이 기본 생각”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렇지만 이른 시일 내에 의원들이 연쇄 탈당하는 등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대표의 개인 비리를 이유로 탈당하기엔 명분이 약한 데다 국회의원 20명으로 원내교섭단체 요건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당할 경우 당을 무너뜨린 책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후속 지도체제를 놓고 바른정당 내 공방이 예상된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대주주 격인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소속 의원들을 초청해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의원이 주축인 의원 연구모임 ‘열린토론 미래’가 북핵 위기를 주제로 개최한 조찬 세미나엔 한국당 의원 22명, 바른정당 의원 9명이 참석해 보수 통합론에 무게를 더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나는 (비대위원장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선을 그었다. 유 의원은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당의 총의를 모아서 결정할 일”이라며 “(비대위원장은)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어떻게 지도부를 꾸릴지는 당원들의 뜻을 보아 이번 주말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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