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희·이청청 디자이너 "한국 대표 패션브랜드 키울 때"

입력 2017-09-07 20:13  

뉴욕 '콘셉트코리아' 패션쇼 간담회

"일본처럼 전시회 등 국가가 도와야"



[ 뉴욕=김현석 기자 ] “해외에 알려진 대표 패션브랜드 하나 없는 한국이 부끄러웠습니다. 샤넬, 구찌 같은 디자이너 이름이 붙은 하우스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8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막을 올리는 뉴욕패션위크의 공식 프로그램 중 하나로 ‘콘셉트코리아’ 패션쇼가 열린다. 치열한 국내 경쟁을 뚫고 한국 패션을 알리는 이 행사에 참여하는 ‘그리디어스(GREEDILOUS)’의 박윤희 디자이너(왼쪽)는 지난 5일(현지시간) 맨해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말했다.

콘셉트코리아는 한국 디자이너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주최한다. 2010년부터 8년째다. 박 디자이너는 오브제, 한섬, 도호 등을 거쳐 2012년 본인 브랜드인 그리디어스를 내놨다. 미국 유명 가수 비욘세,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이 그리디어스 옷을 입으면서 유명해졌다. 맨해튼의 편집숍 3NY가 2014년부터 뉴욕패션위크에 참여해온 그를 주목하고 그리디어스 옷을 전시한 덕분이다.

박 디자이너는 “뉴욕에서 컬렉션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국가 차원에서 프랑스 파리 등에 쇼룸을 설치해 자국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일본 패션을 유행시켰는데 한국도 그런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한국엔 젊고 창의적인 디자이너가 많지만 패션이 사치품으로 여겨져 정부 지원이 많지 않고, 한섬 등 패션회사가 잇달아 대기업에 인수돼 샤넬, 구찌 등 대를 이어가는 하우스브랜드가 없다는 게 해외에 진출하는 데 큰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패션 브랜드를 키우려면 장기 투자가 필요한데 당장 매출과 이윤을 앞세우면 브랜드를 망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콘셉트코리아엔 브랜드 ‘라이(LIE)’의 이청청 디자이너(오른쪽)도 함께한다. 이씨는 디자이너 이상봉 씨의 아들로 중국 등에서 인기가 높다. 그는 “국내 패션업계가 제조·직매형 의류(SPA) 때문에 많이 힘들다”면서도 “SPA 확산으로 모두가 같은 옷을 입게 돼 차별화된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에겐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셉트코리아와 연계해 내년 1~2월께 맨해튼에 융복합 쇼룸을 열 예정이다. 한국 패션을 상시로 알리는 패션 거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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