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새 아파트 청약에 세자릿수 경쟁률이 나왔다. 시장이 보내는 신호가 분명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예비 청약자들이 기다리는 ‘입지 좋은 새 아파트’는 앞으로도 계속 부족할 전망이다.
◆‘168 대 1’ 서울 최고 경쟁률
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전날 청약을 받은 서울 잠원동 ‘신반포센트럴자이’는 평균 168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이다. 소형인 전용면적 59㎡는 전체 37가구 모집에 1만1458명이 청약통장을 던져 평균 31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아파트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시세보다 1000만원가량 낮게 책정돼 ‘로또 분양’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집을 되팔 수 있는 입주시점이 되면 억대 웃돈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해져 높은 경쟁률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공급될 단지들의 적정 분양가에 대한 신호”라고 말했다.
시장의 예상보다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저렴한 분양가는 아니다. 전용 84㎡ 기준 14억1000만~15억5000만원 선이다. 당첨된다면 중도금대출을 제외한 자기 자본이 8억~9억원은 있어야 ‘내 집’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높은 청약경쟁률은 실수요층의 두께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특별공급은 10 대 1의 경쟁률로 모두 소진됐다.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처음이다. 특별공급은 세부 조건이 까다롭고 소득 등에 제한이 있어 실수요 바로미터로 활용되곤 한다. 통상 소진율이 60%만 넘어도 수요가 튼튼한 단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양질의 집’ 앞으론 더 부족
최근 서울에서 분양하는 새 아파들이 ‘흥행 불패’ 신화를 써내려간 배경엔 공급부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요자들은 양질의 집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규제로 오히려 공급이 위축돼 앞으로 더욱 청약 과열 양상을 보일 것이란 설명이다.
‘공덕SK리더스뷰’와 ‘신길센트럴자이’, ‘DMC에코자이’는 ‘8·2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계약이 진행됐지만 각각 4~5일 만에 완판됐다. 일각에선 실수요자들의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을 정부가 투기 수요로 오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전체 주택 47만동 가운데 20년 이상 된 주택의 비율은 73%(34만동)에 달한다. 용도별 방 개수, 전용 부엌 등을 기준으로 따지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도 전국 102만여가구 가운데 51.7%(52만여가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사실상 신규 택지지구가 없는 서울은 주택 공급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부분 의존한다. 하지만 올해를 끝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일몰되는 데다 조합원 지위 양도 등의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재건축 사업 추진 초기 단지들은 아예 조합 설립조차 미루는 모양새다.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기 시작하면 공급은 더욱 요원해지는 셈이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건설업계 안팎의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 충분하다고 반박한다. 8·2 대책 발표 직후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강남 같은 경우 최근 재건축 사업이 활발이 시행되면서 지난 몇년 간 평균치의 3배나 인허가가 이뤄졌다”며 “수요·공급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양적완화 ‘머니 게임’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수석은 “불이나서 진화해야 하는데 그 자리에 왜 집을 짓지 않느냐고 묻는 건 온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4년~2016년 강남3구에 공급된 일반분양은 5900여가구로 직전 3년간 1만7000여가구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위적인 수요 억제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가격 왜곡도 심해진다”며 “참여정부 시절 공급 없는 수요억제로 주택매매가격이 20%나 폭등했었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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