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 돌고 어지러우면 빈혈? 숨찬 증상 호소하는 사람이 더 많아

입력 2017-09-08 14:53  

원인 질환 파악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
빈혈약, 녹차와 함께 복용하지 말아야





핑 돌고 어지러운 증상이 생기면 빈혈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빈혈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숨이 찬 증상이다. 이 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의료기관을 찾아 반드시 치료 받아야 한다.

유영진 인제대 상계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8일 "사람이 산소 없는 곳에 가면 숨이 찬 것처럼 빈혈도 숨이 찬 증상이 가장 흔하다"고 했다. 그는 "운동할 때처럼 산소가 많이 필요하면 산소부족이 심해져 숨이 더 찬다"며 "빈혈은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빈혈은 혈액 중 적혈구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 적혈구는 몸 속 산소를 운반하는 일꾼 역할을 한다. 적혈구가 부족하면 산소가 잘 운반되지 않는다.

빈혈이 있을 때 숨찬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빈혈이 있으면 산소가 부족해 숨이 차는데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계단을 올라가거나 달리기, 등산 등 운동을 할 때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해지면 움직이지 않을 때도 숨이 찬다. 빈혈 증상으로 오인하는 어지럼증은 귀 안쪽이나 머리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빈혈은 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꾼이 줄어드는 것이다.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를 움직이는 기관은 심장이다. 빈혈이 생기면 심장에서 피를 더 많이 더 자주 돌려 산소 보내는 양을 유지하려 한다. 심장이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빈혈을 방치하면 심장이 무리하게 되고 심장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이가 많은 환자는 심장 기능에까지 문제가 생긴다.

빈혈은 여러 원인으로 생긴다. 피를 만드는 영양분 중에는 철분이 빈혈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비타민 등이 부족해도 빈혈이 생긴다. 골수에서 피를 잘 만들지 못해도 빈혈이 생긴다. 혈액이 깨지는 용혈, 출혈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위암이나 대장암 등이 있을 때 특별한 증상 없이 빈혈 증상만 호소하기도 한다. 빈혈은 몸에 질환이 있다는 신호다.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빈혈이 있다고 원인이나 진단 없이 약만 먹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대표적 빈혈약은 철분제제다. 하지만 빈혈이 모두 철 결핍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빈혈의 원인이 철분 부족이 아닐 때는 철분제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다. 오히려 철분이 몸에 많이 쌓여 문제될 수 있다.

철분 부족으로 빈혈이 생겼더라도 아무 약제나 선택해서는 안된다. 비타민 등이 섞여 가격은 비싸지만 철분이 너무 적어 효과가 적은 약제도 많다. 철분이 충분히 들어있는 약제를 선택해 복용해야 한다.

철분제제를 먹은 뒤 1주일 정도 지나면 많은 환자가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2개월이 지나면 빈혈이 거의 회복된다. 그렇다고 약을 임의로 끊으면 안된다. 빈혈이 좋아졌더라도 철분의 양은 여전히 모자라는 상태기 때문이다.

약으로 먹은 철분은 대부분 적혈구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적혈구가 다 만들어지면 그제서야 철분을 몸에 저장한다. 몸에 충분한 양의 철분이 저장되려면 빈혈이 좋아진 뒤에도 6개월 정도는 약을 더 복용해야 한다. 유 교수는 "빈혈 치료 전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녹차 안의 타닌 성분은 빈혈약의 철분과 결합해 몸 밖으로 배출되기 쉽다"며 "빈혈약과 녹차를 함께 마시면 빈혈약의 약효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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