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금 폐지는 무리" 교육부 정책에 반발하고 나선 사립대

입력 2017-09-08 16:01   수정 2017-09-0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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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들 "이대론 안돼" 위기감에 공동대응
입학금 축소·폐지 협의체, 출발부터 '삐걱'
정부, 사립대 입학금 실태 전수조사 '압박'



사립대들이 ‘입학금 폐지’ 추진에 반기를 들었다. 8년째 계속된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에 처한 데다, 현 정부 들어 대입 전형료 인하에 이어 대학 입학금 폐지까지 들고 나오자 공동대응에 나선 것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회장단 회의를 개최해 “입학금 폐지는 시기상조로 대학 재정확충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사총협은 이 같은 방침을 향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사총협 회장인 이승훈 세한대 총장, 전체 4년제대 총장모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장호성 단국대 총장 등 사립대 총장 20여 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을(乙)’인 사립대가 정부 정책에 이견을 낸 것은 그만큼 절박한 탓이다. 최경수 사총협 발전기획단장은 “줄이고 깎는 것만 능사는 아니다. 등록금 동결, 전형료 인하에 입학금까지 폐지하면 고등교육의 질이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입학금만 떼어놓고 볼 게 아니라 등록금, 정부 재정지원과 연계해 ‘사립대 재정 패키지’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교육부가 경희대·연세대·한국외대 등 10개 사립대 기획처장이 참여하는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회’(입학금 협의회)를 꾸린 참이어서 한층 파장이 컸다. 당장 이날 열릴 예정이던 첫 회의는 다음 주로 연기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총협 회의 때문은 아니다”라고 했으나, 기획처장들 말을 종합하면 교육부가 일정을 급하게 추진하다가 제동이 걸렸다.

사립대와 논의하며 입학금 축소·폐지를 추진하는 모양새가 어그러진 것이다. 사립대 총장들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면서 입학금 협의회 운영도 순탄치 않게 됐다. 이에 대해 신미경 교육부 대학장학과장은 “총장들에게까지는 내용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조기 진화를 시도했다. 회의가 열리기도 전인 7일 ‘사총협의 입학금 폐지 반대 의견 표명에 대한 입장’ 자료를 냈다. “근거도 모호하고 집행 기준도 불분명한 입학금에 대한 국민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례적인 교육부 대응은 입학금 폐지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사립대 관계자는 “이런 식이라면 대학들이 협의체에 참여한들 들러리밖에 더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뿐만이 아니다. 교육부는 15일까지 전국 4년제 사립대 156곳에 대한 입학금 실태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입학금 수입 규모 △실제 입학 관련 소요비용 △입학금 수입 가운데 입학 외 일반사용 비용 내역이 조사 대상이다. 전수조사 결과는 입학금 축소방안에 반영키로 했다.

사립대들은 조사를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지난 7월 교육부가 대학들 대상 실태조사를 벌인 뒤 결국 대입 전형료가 인하된 전례가 있어서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금에 대한 실태조사 계획은 없다”고 했으나 상황이 바뀌었다.

사립대로서는 국·공립대와 비교하며 입학금 축소·폐지를 압박하는 것도 불만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대 입학금 수입 총액(2015학년도 기준)은 3942억 원으로 전체 회계의 2.1%였다. 국립대 입학금 수입이 전체 회계에서 차지하는 비중(0.3%)의 7배에 달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국·공립대 총장들은 지난달 협의회에서 입학금 폐지와 전형료 인하를 결의한 바 있다.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교직원 인건비를 국고로 지원하는 국·공립대와 동일선상에 놓고 사립대가 문제라고 몰아가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적어도 대학 등록금을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인상할 수 있게 해놓고 입학금을 없애라는 게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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