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부담 클텐데…건설사 '후분양제' 카드 꺼내든 까닭은?

입력 2017-09-09 08:00  

전문가 "강남 재건축 수요 워낙 탄탄해 수익 있다는 판단"
조합원 이익 극대화, 수분양자 구매 전 실물 확인 가능 '장점'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15차 등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후분양제’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조합원은 분양가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수분양자는 집을 직접 확인한 뒤 분양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GS건설은 최근 진행한 ‘반포1·2·4주구(반포주공 1단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재건축 조합이 후분양을 선택하면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을 입찰서에 넣었다”고 밝혔다. 함께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역시 ‘선분양과 후분양 중 조합이 선택 가능하다’는 의사를 전했다.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주택을 일정 수준 지은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다. 분양을 먼저 한 뒤 주택 건설을 시작하는 선분양제와 분양 시점이 다르다는 게 차이점이다.

건설사로선 초기 공사비 부담이 많아 기피하지만 조합원들은 일반분양가를 선분양보다 높일 수 있어 이익이 극대화된다. 아파트 골조공사를 3분의 2 이상 진행한 뒤 분양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돼 고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조합에는 매력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보기 어려웠던 후분양제가 최근 다시 화두에 오른 것은 신반포15차 재건축 수주전부터다.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대우건설이 후분양제 도입을 제시함에 따라 함께 입찰에 참가한 롯데건설도 뒤늦게 후분양제를 약속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압박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이 잇따라 후분양제 카드를 꺼내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서울 강남4구, 경기 과천 등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신규 분양 아파트가 인근 지역 다른 아파트의 분양가나 시세의 일정 범위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분양 일정에 돌입한 ‘신반포센트럴자이’는 3.3㎡ 평균 분양가를 4250만원,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4160만원에 책정했다. 당초 계획보다 3.3㎡당 300만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인 셈이다.

우무현 GS건설 건축부문 대표는 “반포주공 1단지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사업성 우려가 제기되면 후분양제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미분양 물량은 GS건설이 100% 대물 인수를 약속한다”고 밝혔다.

조합원이 아닌 수분양자에게도 후분양제는 분양받을 아파트의 실물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계약 뒤 입주까지 기간이 짧아 단기간에 중도금과 잔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은 탄탄한 대기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었던 탓에 건설사들은 후분양하더라도 수익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조합원들은 건설사들이 후분양이 가능한 자금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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