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볼거리 가득! 인지도 낮은 수도 여행 (1) 뉴질랜드 웰링턴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 감독의 고향
호빗·킹콩 등 영화 속 세트 구경 가능
케이블카 타고 빅토리아산 전망대 오르면
석양에 물든 시가지 전경이 한눈에
황금빛 해변에선 눈덮인 산 조망 '장관'
질랜디아 계곡·카피티 섬·물개 서식지
키위새·투아타라 등 희귀 생물의 천국
카터 천문대·사우스워즈 자동차박물관 볼 만
쿠바 스트리트·라이얼베이·워터프런트선
해산물부터 소울푸드까지 '음식의 향연'
한 나라를 대표하는 수도면서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수도들이 있다. 터키의 수도가 이스탄불이 아니고 앙카라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수도보다 더 유명한 이웃 도시의 위세에 눌려 무명으로 지내야 하지만 인지도가 낮다고 해서 볼거리까지 적은 것은 아니다. 그 도시가 수도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며 행정수도인 만큼 상업, 교통, 문화 인프라가 만만치 않게 갖춰져 있다. 즉 한 나라의 수도에는 적지 않은 관광명소가 있다.
뉴질랜드는 많은 사람이 수도를 오클랜드로 잘못 알고 있다. 뉴질랜드의 수도는 웰링턴이다. 웰링턴이 오클랜드를 제치고 수도가 된 속사정과 론리 플래닛도 반하게 한 웰링턴의 매력에 대해 알아보자.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를 이전하다
2011년 론리 플래닛은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을 ‘작지만 세계에서 가장 쿨한 수도’라 평했다. 청정자연을 배경으로 한 도시 미관이 상당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웰링턴이 수도로 확정된 것은 1865년의 일로 그 전까지는 오클랜드가 뉴질랜드의 수도였다. 오클랜드는 뉴질랜드 제1의 도시로 지금도 한국에서 직항이 뜨고 있다. 이처럼 뛰어난 도시 오클랜드를 버리고 왜 의회는 웰링턴 천도(遷都)를 결정했을까? 뉴질랜드는 크게 북섬과 남섬으로 나뉜다.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쿡 해협을 바라보는 북섬 남단. 19세기 무렵 의회는 북섬 상단의 오클랜드보다 남섬과 북섬을 가르는 쿡 해협에 수도가 있는 것이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낫다고 판단해 이전을 단행했다.
웰링턴은 남쪽으로 바다 물결 넘실대는 항만을 끼고 아늑한 구릉지대에 있다.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으로, 수도로서 더할 수 없이 멋진 곳이다. 하지만 도시 형성이 완료된 데다 외부에서 들어오기 좋고 자연환경도 뛰어난 오클랜드의 아성을 넘어서기는 어려웠던 것. 많은 사람이 오클랜드를 뉴질랜드의 수도로 오해하고 있는 배경이다.
작지만 스타일리시한 도시
웰링턴은 수도지만 도심 규모가 크지 않다. 항구와 언덕 사이,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쇼핑, 카페, 교통, 숙박, 관광명소가 밀집해 있으며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야생동물 보호구역이 있어 자연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웰링턴 여행은 인근 포리루아(Porirua), 어퍼 헛(Upper Hutt), 헛 시티(Hutt City) 지역까지 아우르며 이어진다. 그중 어퍼 헛은 야외활동의 도시로 50개 공원을 배경으로 자전거 하이킹과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헛 시티에 속한 로어 헛(Lower Hutt)은 오랜 역사를 지닌 마을로 등(燈) 사업으로 유명하다. 이곳 페톤박물관을 방문하면 등 관련 전시품을 구경할 수 있다.
역사적인 건물이든 맛집이든 웰링턴에서는 모든 것이 스타일리시하다. 단순히 한 끼 식사가 아니라 미식이라 평할 만한 식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들이 코트니 플레이스와 쿠바 스트리트에 집중돼 있다. 인구 대비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다는 것도 웰링턴의 특징 중 하나다. 웰링턴은 품질 좋은 와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도시 동쪽으로 아득하게 펼쳐진 와이라라파(Wairarapa) 평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도산지기도 하다.
남쪽으로는 항만, 북쪽으로는 산림
웰링턴은 ‘반지의 제왕’ 감독인 피터 잭슨의 고향으로 이곳을 배경으로 여러 편의 영화가 제작됐다. 영화 속 ‘리븐델’로 등장한 카이토케 지역공원(Kaitoke Regional Park)에는 헛강이 흘러 수영, 카약, 래프팅 등을 즐길 수 있다. 웰링턴 시내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웨타 워크숍이 있다. 호빗, 반지의 제왕, 킹콩 등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사인 웨타 워크숍에서는 트롤 삼형제 등의 조형물과 영화 속에 나온 세트를 구경할 수 있다.
웰링턴은 항만도시로 퀸스워프로부터 오리엔탈 베이(Oriental Bay)까지 이어지는 워터프런트가 볼 만하다. 날씨 좋은 날, 오리엔탈 베이 황금빛 해변에 서면 저 멀리 쿡 해협 건너 남섬의 눈 덮인 카이코우라 산맥까지 조망할 수 있다. 해질녘에는 웰링턴의 명물 케이블카를 이용해 빅토리아산 전망대에 올라보자. 석양에 물든 웰링턴 시가지의 황홀한 광경에 저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될 것이다.
도심에 가까운 자연, 다양한 동물의 서식지
시내에서 몇 분만 가면 웰링턴 최고의 해변으로 알려진 호턴베이가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웰링턴 도심에서 차로 10분이면 질랜디아에 도달하게 된다.
뉴질랜드 희귀동물의 하나인 키위새와 투아타라를 볼 수 있는 질랜디아 계곡은 500년 앞을 내다보며 설계한 살아 있는 자연농원이다. 멸종위기의 조류 서식지인 카피티 섬(Kapiti Island Nature Reserve) 역시 방문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1897년부터 보호구로 지정된 이곳은 하루 최대 50명 규모의 투어만 있으며 이마저도 웰링턴에 있는 보존국에서 허가를 받아야 입장이 가능하다. 그 덕분에 희귀 조류의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키위새, 케레루, 짧은꼬리박쥐 등 뉴질랜드 토종새들이 터를 잡고 살아간다. 쓰레기는 반드시 갖고 나가야 하며, 불을 피울 수 없다. 투어 출발지는 파라파라우무 비치다.
그 밖에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랜 동물원인 웰링턴 동물원, 사륜구동 투어로 찾아가는 뉴질랜드 물개 서식지, 뉴질랜드에서 유일하게 토종식물만으로 조성된 오타리-윌튼 부시 식물원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오스트랄라시아 최고의 박물관이 있는 곳
웰링턴의 워터프런트에 있는 국립박물관 테파파(Te Papa)는 뉴질랜드의 역사와 예술에 관한 다채로운 전시물을 소장한 곳으로 최신 기술과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을 결합한 전시물을 통해 교육과 오락을 제공한다. 오스트랄라시아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다녀간 박물관이다.
카터 천문대(Carter Observatory)를 빼놓고 웰링턴의 문화를 말할 수 없다. 빅토리아산 식물원에 있는 카터 천문대는 빅뱅을 다루는 과학과 마오리의 신화 접점을 보여준다. 오전 10시 개관하며 화요일과 토요일에는 직접 망원경을 통해 천체를 관찰할 수도 있다. 남반구 최대 골동품 자동차 컬렉션을 갖춘 사우스워즈 자동차 박물관(Southwards Car Museum) 역시 놓칠 수 없는 명소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워터프런트에 있는 웰링턴 작가의 산책로(Wellington Writer’s Walk)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 뉴질랜드 작가의 글이 인용된 대형 석조물들이 서 있으며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도 있어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세계적인 작가 캐서린 맨스필드의 생가, 장엄한 고딕양식의 올드 세인트 폴 성당, 펑키한 카페와 독특한 갤러리들이 줄지어 있는 잭슨 스트리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예기치 않게 발견한 6대 미식도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2017년 발표한 ‘세계 거의 전 대륙의 가장 맛있는 음식’ 가이드에서 웰링턴이 ‘예기치 않게 발견한 6대 미식도시’에 포함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웰링턴에서 맛의 거리로 선정한 쿠바 스트리트(Cuba Street), 라이얼베이(Lyall Bay), 워터프런트 등 세 곳이다. 열광적인 음식문화의 거리라는 찬사를 들은 쿠바 스트리트에는 영화제작자와 예술인이 자주 출입하는 매터혼(Matterhorn), 지중해식 요리를 선보이는 올리브(Olive), 세탁소 카페면서 소울푸드로 유명한 론드리(Laundry) 등이 인지도가 높다.
최고의 해변 음식이라는 칭찬을 들은 라이얼 베이에는 마라누이 카페(Maranui Caf)와 스프루스 구스(Spruce Goose) 레스토랑이 있다. 두 곳 모두 현지 서퍼들의 단골 음식점.
워터프런트에서는 현지 생산 농산물과 다채로운 수제품을 판매하는 하버사이드 마켓(Harbourside Market)을 잊지 말고 방문해야 한다.
웰링턴 교외 지역인 로어 헛을 방문하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케이크 집을 만날 수 있다. 배우 스칼릿 조핸슨이 “평생 맛본 초콜릿 케이크 중 가장 맛있다”고 평한 카페 이름은 제이니 주스(Zany Zeus)다.
웰링턴=신이경 여행작가 4balance@naver.com
사진 제공=뉴질랜드 관광청
여행정보
인천에서 오클랜드까지 대한항공이 주 4회 운항 중이며 11시간가량 걸린다. 오클랜드에 도착한 뒤에는 국내선 비행편으로 1시간이면 웰링턴에 닿을 수 있다. 그 밖에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시드니, 멜버른 등 호주 4개 도시 그리고 피지에서 오는 국제선이 웰링턴으로 기항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3시간 빠르다.
버스나 코치 등 대중 교통수단을 타고 편안히 앉아 여유롭게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경치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남다르다. 제한 없이 타고 내릴 수 있는 홉 온, 홉 오프(hop on, hop off) 노선망을 갖춘 버스회사의 승차권을 구매하면 주요 관광지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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