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후 전력부족에 대비하고
거대 수출시장 걷어차서도 안돼
정범진 <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 >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공론화 과정이 한창이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원전을 축소해야 할지라도 공사를 30%나 진행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이런 지적이 일관성이 없고 비합리적이라며 비판한다. 공사 중단에 따른 매몰비용과 원전 수출경쟁력 저하, 전력수급 문제 등 세 가지 측면에 대해 지나친 우려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첫째,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했을 때 발생하는 2조8000억원의 매몰비용은 이미 투입된 돈이므로, 정책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의사결정 시점에서 ‘고려하지 말아야’ 할 비용이라고 주장한다. 또 매몰비용보다 신고리 5·6호기 완공을 위해 추가 투입해야 하는 7조6000억원이 더 아깝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에 투입될 비용은 누군가의 일자리로 환산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관련 계약을 맺은 업체는 500곳이 넘는다. 약 7년간의 공사 기간 동안 연인원 약 620만 명이 투입된다. 신고리 5·6호기 사업비를 단순히 매몰비용으로 치부하는 순간 수많은 근로자는 물론 관련 기업들의 피, 땀 그리고 미래도 함께 매몰된다. 또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 신고리 5·6호기 원전이 완공되면 전력요금이 낮아져 전기료 부담 60조원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둘째, 건설 중인 원전을 중단하더라도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면 수출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건 세계적인 상황이나 시장을 모르는 주장이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해 약 20조원을 벌었다. 앞으로 60년간 핵연료와 기자재 공급으로 약 20조원을 더 벌게 된다. 원전 운영을 통해서도 약 60조원을 벌어들인다. 원전 4기 수출이 약 100조원의 수입과 고급 일자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원전 수주는 국가 대결 양상을 띤다. 원전업계만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발상은 전쟁터에 혼자 내보내놓고 잘해보라는 식이다. 또 국내에서 원전을 중단하면 세계 시장에서 누가 우리 원전을 믿고 사려고 하겠는가.
셋째, 신고리 5·6호기를 건설하지 않아도 당분간 전력 공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실제로 문제가 되는 시기는 신고리 5·6호기의 준공 시점인 2022년 이후다.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력예비율을 다소 높게 가져가는 것과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것 가운데 후자의 비용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이용률은 20% 수준이다. 즉, 전력의 20%를 공급하려면 설비는 100%만큼 있어야 한다. 게다가 자연조건이 허락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예비발전소를 건설해야 하고 운영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엄청난 낭비를 하며 예비율을 깎아서 수급을 불안하게 할 이유가 없다.
전력수급 계획은 미래에 대한 장밋빛 기대로 수립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 공급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재생에너지가 기술 개발을 통해서 더 효율적이고 단가가 낮아지면 그때 들어오면 된다. 2006년 원전으로 1㎾h를 생산하는 데 40원이 들었다. 태양광은 700원이 들었다. 지금 원전은 50원으로 올랐고 태양광은 250원 정도로 떨어졌다. 그런데 ㎾h당 700원을 줘야 하는 태양광발전소를 2006년에 보급한 것이 잘한 것일까, 아니면 그 돈으로 연구개발하는 것이 좋았을까.
정범진 <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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