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잘나가는 JB금융…김한 '신뢰경영' 빛 봤다

입력 2017-09-10 20:18  

'CEO 리스크' 겪고 있는 BNK·DGB와 대조
"광주은행 안정되면 물러나겠다" 약속 지켜
광주은행 상반기 이익 845억…3년 만에 83%↑



[ 윤희은 기자 ] 부산과 대구 등 지방은행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위기에 빠졌지만 JB금융은 안정 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김한 JB금융 회장(사진)이 펼치고 있는 ‘신뢰 경영’과 ‘무욕(無慾) 리더십’ 때문에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흔들리는 BNK와 DGB

지방은행 시장은 BNK금융, DGB금융, JB금융이 이끄는 시장이다. BNK금융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핵심으로 부산·경남 지역에서, DGB금융은 대구은행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JB금융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을 중심으로 전북·전남 지역의 은행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하지만 BNK금융과 DGB금융은 올 들어 CEO 리스크가 부각되며 흔들리고 있다. BNK금융은 성세환 회장이 지난 4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이후 회장 선출을 놓고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부산은행 출신과 경남은행 출신 간 파벌 싸움에다 낙하산 논란까지 겹쳤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일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단독 회장 후보로 추대됐지만 부산은행 노조는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부산은행 노조는 총파업까지 거론하고 나선 상태다.

DGB금융도 박인규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상품권 깡’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대구은행 노조와 이 은행 부서장급 40여 명도 박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나 홀로 잘나가는 JB금융

JB금융은 광주은행장과 전북은행장 인사를 마무리지으며 성장을 위해 달려나가고 있다. 광주지역에선 당초 김 회장이 광주은행장을 연임하거나 다른 지역 출신 인사가 광주은행장을 맡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처음으로 광주은행 출신인 송종욱 부행장을 행장에 내정했다. 또 전북은행장엔 임용택 현 행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JB금융의 경영 안정에는 김 회장의 ‘신뢰 경영’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JB금융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 회장은 2014년 광주은행장 취임 당시 “광주은행이 안정되면 언제든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에 광주은행장 자리를 광주은행 출신에게 맡기고 JB금융 회장만 유지하기로 한 것은 김 회장이 약속을 지킨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북은행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평소에도 욕심이 없고 언행일치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와 함께 ‘차이를 존중하는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광주은행 인수 후 업계의 일반적 예상과 달리 광주은행 자체의 경영전략을 손보지 않았다. 오히려 광주은행의 강점인 지역 기반 경영 환경을 강화하고, 일선 인력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조정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에 동일한 전산 시스템을 적용해 비용은 절감하되, 고유 스타일과 업무영역을 유지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어 양쪽 모두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이런 전략에 힘입어 JB금융은 지난 상반기 전년 동기보다 65% 늘어난 15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광주은행은 특히 2014년 상반기 461억원에 그쳤던 순이익이 같은 해 10월 JB금융에 합병된 후 지난 상반기에 845억원으로 늘어났다. 합병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83%나 성장한 것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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