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애플 양강구도 '흔들'
내달 AI 칩셋 탑재한 제품 공개
오포·비보 등도 강자로 급부상
[ 안정락 기자 ] 중국 화웨이가 두 달 연속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2위 자리를 꿰찼다. 수년간 고착돼온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가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는 다음달 인공지능(AI) 칩셋을 담은 신개념 스마트폰도 발표할 계획이다.
화웨이의 무서운 질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7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2.0%의 점유율을 차지해 11.0%에 그친 애플을 1.0%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애플을 눌렀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20.4%를 기록해 1위를 유지했다.
카운터포인트는 화웨이가 연구개발(R&D)과 공격적 마케팅, 판매망 확장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저변 확대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애플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애플의 아이폰 10주년 모델이 곧 출시될 예정이어서 화웨이의 상승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강세는 무시할 수 없는 추세다. 화웨이를 비롯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오포, 비보 등은 스마트폰 성능과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선두업체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48.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사별로는 화웨이(10.5%), 오포(8.4%), 비보(6.6%), 샤오미(6.3%) 등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22.0%)와 애플(11.2%)은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1위와 2위를 지켰지만 두 회사를 합한 점유율은 33.2%로 작년 같은 기간(34.5%)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오포와 비보는 2분기에 33%, 45%씩 판매량을 늘리며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오포는 스마트폰 신제품 R11, 비보는 X9S 시리즈 등을 선보이며 점유율을 높였다.
지난해 점유율 추락으로 고전한 샤오미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샤오미는 올해 2분기 중가 스마트폰 ‘미6’와 저가폰 ‘홍미노트4X’ 등을 앞세워 232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늘어난 규모다.
화웨이, AI 스마트폰도 공개
화웨이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전자전시회 ‘IFA 2017’에서 무시 못할 경쟁력을 보여줬다. 리처드 유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AI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칩셋 ‘기린970’을 공개하며 “현재 스마트 디바이스를 지능형 디바이스로 발전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기린970으로 AI 컴퓨팅을 보다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16일 독일 뮌헨에서 이 칩셋을 적용한 새 스마트폰을 공개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14.6%에 달하는 730억위안(약 12조5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 남미에 이어 내년 초에는 미국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엔가젯은 “화웨이가 AT&T와 손잡고 역대 처음으로 미국 이동통신사를 통한 스마트폰 판매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룬 파탁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은 이제 본토 밖으로 뻗어나가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인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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