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진집으로 사료로도 의미
영혼마저 자유로운 한국 포크락의 전설 가수 한대수(69).
그의 일상이 다큐멘터리 사진가 원춘호의 앵글속에 영원으로 기록되어 세상밖으로 나온다. 원춘호 사진집 <사람, 한대수>에는 초등학생 딸 양호의 교육을 위해 뉴욕으로 떠나기 전 9개월, 최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공연차 1년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한 후 2개월간의 추가 기록들을 담은 보통사람 한대수의 일상이 담겼다.
가수 한대수와 사진가 원춘호의 만남은 짧지만 강렬했다.평소 한대수를 존경하고 팬이었던 원춘호가 직접 전화를 하며 인연이 닿았다. 유학이 흔하지 않던 시절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욕사진학교를 나오고 맨하탄에서 광고사진을 오래한 한대수에게 사진전 초대를 제안하면서부터 만남은 시작되었다.
아현동 포장마차에서 숱한 밤을 형님 동생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음악과 사진과 인생을 이야기하며 우정을 나누었다. 마지막 경주공연, 미술관 투어, 정규앨범인 14집 녹음과 뮤지션들의 만남, 뉴욕 이삿짐을 꾸리며 공항 배웅까지 9개월간 일주일에 1-2회 만남을 갖으며 기록으로 담았다. 뉴욕으로 떠나간지 1주년이 되는 지난 7월31일 책 출판을 준비하고 있던 중 예술의전당에서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 공연을 위해 다시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출판을 1달 미뤄서 발행한 것이다.
원춘호는 자연인 한대수의 참 모습을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의 숙달된 앵글로 밀착하며 가식이 없는 순수의 결정으로 담았다.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거리를 헤매다 들른 해장국집에서 거친 땀을 흘리며 식사를 하고 마을버스를 타는 한대수. 상상할 수 있을까? 둘 만의 밀착관계가 가져다준 상상은 오늘의 선물이 되었다.
집에서는 요리사이자 늦게 얻은 딸 양호를 돌보는 아버지이며 딸 바보인 한대수의 모습 속에선 록스타의 느낌은 없다. 사람 한대수만 있을 뿐이다.
원춘호는 “위대한 예술가 대부분이 그렇듯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한대수 만의 아우라가 있습니다. 존경과 사랑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이 없었으면 그를 담을 생각도 안했을 것입니다. 짧은 시간을 기록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것 또한 여운 아니겠어요?” 라고 말한다.
사진집에는 평소 인간적인 교류를 해온 사진가 배병우, 김아타, 고원재, 소설가 김훈, 가수 강산에 등 지인들의 애정 어린 글들이 사진 사이사이에 들어있다. 주변인들의 시선을 통해 인간 한대수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원춘호는 1967년생으로 서민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온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2013년부터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을 기획해온 전시기획자이기도하다.
2009년부터 중국 길림성 차간호의 빙판 물고기잡이를 기록한 '차간전설'을 여러 차례 전시했다. 2015년 '굴레방다리'로 알려진 아현동 일대 주택가와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굴레방연가' 전시를 열었다. 이밖에 50여 차례의 그룹, 개인전을 열었다.
김호영 한경닷컴 기자 en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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