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전술핵과 전략핵

입력 2017-09-12 18:09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핵무기엔 전략핵무기와 전술핵무기가 있다. 전략핵무기는 적의 대도시나 기반시설 등 광범위한 지역을 파괴해 전쟁 양상을 바꾸려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2차 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것이 전략핵무기다. 탄도미사일이나 덩치가 큰 전략폭격기 등에 탑재된다.

전술핵무기는 전략핵무기에 비해 위력이 작다. 개개의 전선에서 적을 공격하는 데 사용된다. 재래식 폭탄으로 파괴하기 힘든 김정은 지하벙커를 일거에 무너뜨리기 위해 쓰일 수도 있다. 전투기나 폭격기에서 투하하는 폭탄 또는 지대지 소형 미사일 형태로 운영된다.

6·25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1950년 11월30일 당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중공의 참전으로 한국군과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이 밀리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우리가 사용하는 무기의 제한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핵무기도 포함되나”라는 질문에 “그걸 사용하길 원하지 않지만 모든 무기가 포함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미국은 고민이 있었다. 그때까지 개발돼 있던 것은 전략핵무기뿐이었다. 전략핵을 사용하면 적군뿐만 아니라 전선에 있는 미군도 피해를 입을지 몰랐다. 그래서 개발을 시작한 게 전술핵무기다. 미국은 1952년 여름 전술핵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마크 클라크 주한 유엔군 사령관은 북한에 전술핵을 쓰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전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휴전할 때까지 사용하지 않았다.

휴전 뒤 미국은 한국 방어전략을 고민한 끝에 1957년 주한미군에 ‘어네스트 존’ 등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후반엔 최대 950여 기가 배치됐다. 1991년 말 미국이 해외 배치 전술핵무기 철수를 선언한 뒤 그때 남아 있던 100여 기가 빠져나가면서 한국엔 지금까지 ‘핵무기 제로(0)’ 지대를 유지해 왔다.

최근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재배치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은 어제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야(野) 3당 공조를 제안했다. 이들은 “북핵에 맞서 ‘공포의 균형’을 이루는 차원에서라도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핵을 보유하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전술핵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NATO식 핵 공유’ 주장도 있다. 미국에서도 전술핵 재배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대도 만만찮다.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근거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도 이런 이유로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하고 있다.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재배치의 외교적 파장과 장단점들을 더욱 면밀하고 냉철하게 파악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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