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목적이 '수장 길들이기'…퇴짜부터 놓는 금융계 노조

입력 2017-09-12 19:43   수정 2017-09-13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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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수출입은행 등 출근 저지에 반대성명까지
꼬투리 잡기식 갈등 유발…'밥그릇 챙기기' 지적도



[ 정지은/이현일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고경영자(CEO) 및 사령탑 교체인사가 한창인 금융업계가 ‘노동조합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새 행장이 노조에 막혀 취임식을 못 하는가 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신임 기관장을 압박하는 성명을 내는 노조도 있다. 차기 회장 후보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도 있다. 노조가 새로 취임했거나 곧 바뀔 CEO·기관장을 압박하는 건 ‘통과의례’라는 시각도 있지만 과도한 ‘세(勢) 과시’라는 지적이 많다.


이틀째 출근 못한 수출입은행장

지난 11일 공식 선임된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이틀째 서울 여의도 수은 본점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출근하려는 은 행장을 노조가 가로막아서다. 은 행장은 취임식도 이틀째 하지 못하고 있다. 수은 노조가 출근을 저지하는 것은 “은 행장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여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은 행장의 운영 능력과 의지를 직접 검증한 뒤에야 행장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게 노조 요구다.

은 행장은 노조 요구를 받아들여 이날 인근 호텔에서 노조 집행부와 토론을 벌였다. 수은 관계자는 “새 행장이 취임할 때마다 노조가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조직 내부에서도 노조가 무리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이동걸 신임 산업은행 회장도 11일 취임식을 열기까지 노조 눈치를 봐야 했다. 산은 노조는 지난 7일 이 회장이 임명 제청되자 ‘전문성과 거리가 먼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8일 이 회장을 만나 네 시간에 걸쳐 토론을 벌였다. 일종의 ‘자격 검증’을 한 것. 11일에도 산은 운영계획을 듣겠다면서 이 회장과 두 시간가량 면담한 뒤에야 취임식을 허가했다.

KB 노조 “회장 고발하겠다” 압박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KB금융지주도 노조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KB금융 노조는 이달 초 회장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선임 절차 중단을 요구하고,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을 주장했다.

사측이 이에 응하지 않자 7일부터는 ‘윤종규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직원이 과반수’라는 자체 설문조사를 내놓고 윤 회장 사퇴를 요구 중이다. KB금융 노조는 이날도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 측이 ‘댓글부대’를 운영하며 노조를 공격하고 설문조사를 방해했다”며 윤 회장을 업무방해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노조 때문에 어수선하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한 달여간 차기 금감원장 인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해왔다. 지난 6일에는 “최흥식 내정자가 금감원장이 되면 금융위원회의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금감원이 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CEO나 기관장이 바뀌는 시기에 노조가 무리한 요구 조건을 내거는 등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며 “국민에겐 정당한 요구라기보다 꼬투리 잡기로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지은/이현일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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