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데이터 등 연구소 입주
스타트업 30여곳도 들어올 예정
씨티그룹선 직원파견 공동연구
"스타트업·창업산실로 키울 것"
[ 뉴욕=김현석 기자 ]
뉴욕시 맨해튼 동쪽의 작은 섬 루스벨트아일랜드. 반짝이는 첨단 건물들이 초가을 햇살을 받으며 마지막 단장을 하고 있다. 이곳은 금융도시 뉴욕을 ‘제2의 실리콘밸리’로 바꿔줄 비밀을 안은 곳이다.
뉴욕 코넬테크(공과대학원·사진)가 13일(현지시간) 준공식을 열고 2017년도 학기를 시작한다. 2011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핵심 산업인 금융업과 미디어, 패션업 등이 핀테크(금융기술)와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의 부상으로 활력을 잃어가자 야심찬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사비 1억달러(약 1130억원)와 맨해튼의 땅(18만5000여㎡를 99년 무상 대여)을 인센티브로 내걸고 뉴욕을 첨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창업가의 산실로 만들어줄 공과대학원을 설립할 대학을 모집했다.
스탠퍼드 MIT 등 18개 유명 공대가 몰려들었고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한 곳인 코넬대가 선정됐다. 공학 분야에선 인지도가 떨어지는 코넬대가 뉴욕에서 최고의 공과대학원을 키워내겠다는 구상이 블룸버그 전 시장을 사로잡았다.
코넬테크는 2012년 맨해튼 첼시 지역의 구글 소유 빌딩을 빌려 먼저 설립됐다. 이후 학생과 졸업생들이 12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이런 코넬테크가 13일 새 캠퍼스에 입주해 첫 학기를 시작한다. 캠퍼스는 건물 세 동으로 이뤄졌다. ‘블룸버그센터’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컴퓨터 과학 등 5개 연구소와 관련 공학석사 및 경영학석사(MBA) 과정이 들어선다. ‘브리지’란 이름의 건물은 산학협동의 산실이다. 씨티그룹과 헤지펀드 투시그마, 초콜릿회사 페라로가 입주를 확정했으며 30여 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도 자리잡는다.
씨티그룹은 이곳에 직원 70~80명을 파견해 코넬테크 학생들과 함께 빅데이터, 사이버보안, 사물인터넷(IoT) 등을 공동연구할 계획이다. ‘하우스’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첨단기숙사다.
기업들의 관심도 크다. 통신사 버라이즌이 50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10여 개 기업이 멘토십 제공과 기부에 나섰다. 뉴욕타임스 페이스북 등은 공동학위 과정을 설치했다. 동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면세점 사업가 찰스 핀리는 3억5000만달러, 퀄컴 창립자 어윈 제이컵스는 1억330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번 학기 학생은 300명으로 시작하지만, 2043년까지 공사를 계속해 2500여 명을 수용하는 캠퍼스로 조성한다는 게 코넬테크의 계획이다. 댄 허튼로커 학장은 “코넬테크는 전통 공대가 아니라 많은 기업과 연계해 혁신을 촉진시키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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